‘고객님에게 연금이 지급되었습니다.’
현역 시절 열심히 일하며 긴 노후를 준비한 은퇴자들은 매달 휴대폰으로 ‘행복 알람’을 받는다. 한평생 열심히 살아온 땀과 시간이 보상받는 것이기에 마음은 감사함과 안도감으로 가득 찬다.
‘이제 내가 진짜 연금 생활자가 되었구나!" 첫 연금은 단순한 금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자신이 만들어 온 삶의 결과물인 동시에, 앞으로 펼쳐질 황금빛 노후의 시작을 알리는 희망의 신호다.
그래서일까. 첫 연금을 받고 나면 마치 어린 시절 첫 용돈을 손에 쥔 날처럼, 세상을 다 얻은 듯한 설렘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데 첫 연금을 받은 설렘을 오래도록 유지하려면, 단순히 돈만 받고 쓰는 것에서 끝나면 곤란하다. ‘세금 관리’라는 숙제도 잘 처리해야 한다.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가 이달 초 펴낸 <퇴직을 앞둔 직장인의 노후준비 길라잡이>를 토대로 연금 수령과 관련해 꼭 알아야 할 4가지 체크포인트를 소개한다.
1️⃣연금 가입 시기가 언제인가 : 2013년
연금 개시 신청을 하기 전에, 연금에 언제 가입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가입 시점에 따라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시기와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2013년 3월 1일 이전에 가입한 경우에는 연금 계좌를 10년 이상 유지한 뒤, 55세 이후부터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이때, 연금은 최소 5년 이상 나누어 받아야 한다. 반면 2013년 3월 1일 이후에 가입했다면 연금 계좌를 5년 이상 유지한 뒤, 55세 이후부터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연금은 10년 이상 나누어 받아야 한다.
단 퇴직금을 연금 계좌에 이체해 수령하는 경우에는 계좌 유지 기간과 상관 없이 55세만 지나면 바로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2️⃣자금 원천에 따라 세율 달라져
연금 계좌는 자금 원천이나 인출 순서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이 달라진다. 내용이 복잡해서 지금 당장은 아는 것 같아도 뒤돌아서면 잊기 쉬우니까, 반복 학습이 필요하다.
퇴직 후 연금 개시 신청을 하면 금융회사는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원금부터 먼저 지급한다. 현역 시절에 세액 공제를 받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나이 들어 연금을 수령할 때도 추가적인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그 다음 인출 순서는 퇴직금이다. 연금 계좌로 이체된 퇴직금은 수령 시점에서 연금소득세가 원천징수된 후 지급된다. 이때 적용되는 세율은 수령 연차에 따라 달라진다.
10년차 이하면 퇴직소득세율의 70%, 11년차 이후에는 퇴직소득세율의 60%에 해당하는 세율로 과세한다. 차등 세율은 연금을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수령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연금을 더 오래 수령할수록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이 적용되어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
그 다음 순서는 현역 시절에 세액공제를 받으면서 저축한 돈이다. 금융회사가 연금소득세를 먼저 떼고 남은 금액만 지급하는데, 이때 세율은 연금 수급자의 나이나 연금 수령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연금 수급자가 55~69세면 5.5%(지방세 포함), 70~79세면 4.4%, 80세 이상이면 3.3% 세율이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데, 고령층의 세금 부담을 줄이고 은퇴 이후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일종의 정책적 배려다.
3️⃣연간 연금소득이 얼마인가 : 1500만원
연금소득세는 금융회사가 연금을 지급할 때 원천징수하는 것으로 시작되지만, 여기서 과세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는다. 만약 1년치 연금소득이 1500만 원을 초과하면, 해당 연금소득은 다른 소득과 합산되어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이 된다.
가령 정기예금 이자나 배당금, 임대소득 등 추가적인 금융소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소득이 합산되면서 세율이 올라서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연금 계좌에서 인출된 모든 금액이 전부 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먼저 세액공제를 받지 않고 저축한 금액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퇴직금을 연금 계좌로 이체한 뒤 연금 형태로 수령하는 금액 역시 1500만 원 과세 기준에서 제외된다.
결과적으로, 현역 시절에 세액공제를 받으며 저축했던 돈과 연금 계좌를 운용하면서 발생한 운용 수익이 1500만원 과세 기준에 잡히게 된다. 연간 1500만원을 초과하면 다른 소득과 합산하여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따라서 연금을 수령할 때는 자신의 저축 구조와 과세 기준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4️⃣연금소득세 부담을 덜고 싶다면
1년에 받는 연금소득이 1500만 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하여 종합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세금 부담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은퇴자들에게 또 다른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연금소득에 대해 16.5%의 단일세율로 과세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방식은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별도로 과세하기 때문에 종합소득세 부담을 덜어주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연금소득이 1500만원을 넘지 않더라도 가입자가 종합과세 방식을 신청하기도 한다. 다른 소득이 많지 않아서 소득세를 거의 내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 해당된다. 연금 외에는 다른 소득이 없는 은퇴자가 종합과세를 선택하면, 금융회사가 연금을 지급하면서 원천징수한 세금을 환급받을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