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부상,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의 실적 부진 등으로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설 연휴로 쉬어가며 즉각적인 충격을 피했던 국내 증시에도 단기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4일부터 휴장이었던 국내 증시는 내일(31일) 문을 연다.
◇딥시크로 인한 국내 반도체주는?
가장 큰 관심사는 중국 ‘딥시크’의 영향으로 인한 국내 반도체 주가 변동성이다. 당장, AI 칩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주가가 연일 출렁이면서 최근 5일간 15% 하락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반도체 대장주들의 단기적인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론 엔비디아 비롯한 미국 AI 관련주 주가 변동성 확대로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속한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 등 소부장 업체들의 영향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주력 제품 중 하나인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 H100 등의 핵심 부품이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HBM에서 올린 매출은 5조8510억원으로 전체 D램 매출의 40% 수준이었다. 딥시크로 고성능 반도체칩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시장 예상이 퍼지면 SK하이닉스 주가는 일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센터장은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수혜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경우 저비용 고효율 AI 칩(HBM3 및 추론 AI 칩)의 강점 확보했고, 브로드컴이나 다른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칩(구글 TPU, 메타 MTIA 등) 탑재 비중확대로 탈(脫) 엔비디아 움직임이 커지는데다, 장기적 관점 딥시크의 저비용 AI 탑재 증가는 AI 생태계 확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납품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HBM3E보다는 한 단계 낮지만, 딥시크가 활용했다고 주장하는 H800에는 HBM3이 들어간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반도체 업계 전체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중국대로 반도체칩 확보에 열을 올리고,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해 AI 수퍼 사이클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전망이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이 가장 중국을 견제하는 분야인 AI에서 중국이 강수를 낸 것”이라며 “미국은 격차를 더 벌려야 하는 상황일 것이고, 이에 따라 AI 투자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미 연준 기준금리 동결 여파는 제한적
반면, 미 연준 기준금리 동결로 인한 국내 증시 여파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가을 통화정책 완화 행보를 시작한 이후 첫 동결 결정으로 어느 정도 시장이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29일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4.25~4.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이미 시장에서도 이번 FOMC의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며 “그러나 미국 증시가 흔들리고 있기에 더 강경한 발언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본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전개 이후 지표 변화를 살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준금리 동결이 발표된 이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31%, 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47%, 0.51% 내렸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센터 부장은 “코스피의 경우 미국 증시 급락 시 단기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2500선을 크게 이탈하지 않는 흐름에서 단기적으로는 2600선, 1분기 중 2700선 돌파 시도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