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머니 마켓 펀드(MMF) 잔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한국도 크게 늘고 있다. MMF는 국공채 등 안전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초단기 펀드인데, 시장 전망이 불확실할 때 투자자들이 선호한다. 이 자금이 다시 어디로 움직일지 투자자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30일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미국 MMF 자산 규모는 이달 들어 6조9000억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초 처음 6조달러를 넘어섰는데 1년 만에 9000억달러 넘게 늘었다. 미국 중앙은행이 지난해 금리를 세 차례 인하했지만, MMF 예상 수익률은 최대 연 4%대로 높은 수준이다.

대기성 자금으로 평가되는 머니마켓펀드(MMF) 자산 규모는 연일 사상 최대를 경신 중이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이렇게 MMF에서 투자 타이밍을 재고 있는 1경원 가까운 돈은 앞으로 어디를 향해 움직일까? 이럴 땐 과거 위기 상황에서 돈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최근 BofA(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리서치가 2009년과 2020년의 자금 흐름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과거 위기 상황에서 MMF 자금이 가장 많이 이동한 자산은 금(金)과 채권이었다. 주식으로 흘러 들어간 자금은 미미했다.

특히 금은 대표적인 안전 자산답게 위기마다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장이 흔들렸던 2009년에는 금 펀드 운용 자산 규모가 29% 증가했다. 또 코로나 위기 때인 2020년에도 22% 증가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그다음으로 MMF에 있던 대기 자금이 많이 이동한 투자처는 채권이었다. 특히 2020년에는 고수익·고위험 채권으로 불리는 하이일드 회사채 규모가 26% 증가해 두드러진 자금 유입을 보였다.

하이일드 회사채는 신용 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으로, 미국 국채보다 수익률이 높다. 채권시장에서는 고위험·고수익 투자처로 분류되지만, 변동성이 큰 주식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여겨진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하면 미국 기업들의 성장세가 탄탄해지므로, 하이일드 회사채의 투자 위험도는 낮아진다.

한편,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MMF는 지난 23일 203조원으로 작년 말보다 33조원 늘어났다. 단기 상품에 현금을 넣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