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사진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모습./연합뉴스

국내 금융지주 중 가장 많은 배당을 해온 KB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3% 중반대로 떨어졌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상승으로 보유 중인 외화 자산 등의 가치가 떨어진 영향이다. CET1은 배당 여력을 가늠하는 건전성 지표다. 국내 금융지주는 CET1 13% 초과 자본을 배당에 쓰고 있다.

CET1 추가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KB금융과 우리금융이 그룹 내 숨겨진 부실 위험을 제대로 측정하지 않았다며, 이를 반영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CET1이 금융 당국의 권고치인 12%를 밑도는 우리금융은 배당 여력이 더 하락할 전망이다. 보험사 인수 등 외형 확장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KB금융은 5일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말 기준 CET1이 13.51%로 전 분기 대비 33bp(bp=0.01%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KB금융의 CET1은 지난해 1분기 말 13.42%에서 2분기 말 13.60%, 3분기 말 13.84%로 꾸준히 상승하다, 4분기 하락했다.

나상록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4분기 원·달러 환율이 150원 이상 상승해 신용리스크가 7조5000억원 증가했다“며 ”이는 CET1 30bp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CET1은 금융사의 보통주 자본을 달러로 표시되는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이다. 달러 가격이 오르면 RWA가 증가해 CET1이 낮아진다.

금감원의 ‘자본비율 산출 오류’ 지적도 CET1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감원은 전날 ‘2024년 금융지주·은행 검사 결과 중간발표’에서 부실 위험을 제대로 측정하지 않고 이를 숨겨 CET1 산출에 오류가 발생한 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책임 준공형(책준형) 토지신탁의 손해배상 예정 금액을 대손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해 쌓는 돈)으로 산출하지 않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감원은 “부실 위험을 모두 반영하면 KB금융과 우리금융의 CET1이 10∼20bp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은 올해 1분기부터 금융 당국의 지적 사항을 반영해 CET1을 산출한다는 계획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전날 금융 당국의 검사 결과 발표 후 이를 바로 반영하기엔 시간이 여의치 않아 올해 1분기부터 반영할 계획”이라며 “책준형 토지신탁 인식에 따라 CET1이 10bp(지난해 3분기 기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우리금융이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3분기 말 CET1은 11.96%다. 현재 5대 금융지주 중 CET1이 13% 미만인 곳은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우리금융의 CET1은 2023년 말 11.99%에서 지난해 2분기 말 12.04%로 소폭 올랐다가 다시 하락했다.

고환율로 인한 타격을 고려하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금융의 CET1은 전 분기 대비 하락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금융이 1조5000억원이 넘는 돈을 동양·ABL생명 인수에 쓸 경우 CET1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CET1은 금융사의 위기대응 능력을 보여주는 건전성 지표다”라며 “금융사 인수가 CET1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인가 심사 과정에서 따져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