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코스닥 상장사 나노캠텍이 한일오닉스의 지분을 인수한 지 1년여 만에 다른 계열사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자금난 심화에 계열사 돈을 끌어 쓰는 모양새인데, 무리한 기업 인수로 탈이 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노캠텍은 지난해 국내 상업용 주방설비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한일오닉스와 프로그램 제작사 캔버스엔(구 빅텐츠)을 잇달아 인수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나노캠텍은 이달 4일 장 마감 후 한일오닉스 주식 2만9000주를 캔버스엔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나노캠텍이 보유한 한일오닉스 주식 10만주 중 2만9000주를 48억원에 넘기는 내용이다. 회사는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존 사업과 연관 없는 회사를 인수하고 불과 1년 만에 지분을 계열사에 매각하면서, 나노캠텍의 무리한 외형 확장은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나노캠텍은 지난해 한일오닉스와 캔버스엔 2곳을 인수했다. 작년 1월 한일오닉스 지분 약 29%를 165억원에 인수했고, 11월에는 캔버스엔 주식 50만주(15.9%)를 150억원에 사 최대주주가 됐다. 두 기업 인수에 든 자금만 315억원이다.

문제는 이 투자가 여유 자금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는 점이다. 나노캠텍은 한일오닉스 인수를 위해 190억원 규모의 6~8회차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작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120억원 규모의 9~12회차 CB를 추가로 조달했다. 2023년 7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총 310억원 규모의 7개 CB를 잇달아 발행했다.

6~7회차 CB는 작년 모두 소각했지만, 나머지 180억원어치 CB는 미상환 상태다. 8회차 CB는 지난달부터 풋옵션 청구가 가능해졌고, 9~11회차 CB의 풋옵션 행사 기간은 올해 하반기 도래한다.

해당 CB의 전환가액은 617~684원 수준이다. 5일 기준 나노캠텍의 주가는 672원으로, 최근 한 달간 6% 하락했다. 작년 3분기 기준 나노캠텍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3억원에 불과해 풋옵션 청구에 대응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자금 확보가 필요하다. 본업과 상관없는 무리한 투자로 재무 리스크만 키운 셈이다.

나노 신소재 개발업체 나노캠텍의 실소유주는 이상규 회장(지분율 6.35%)으로, 이 회장이 지분 100%를 가진 트리니티에쿼티(22.88%)가 최대 주주다. 회사는 2018~2019년 반기 재무제표를 공시하는 과정에서 전 경영진의 회계처리 위반 사항이 적발돼 2021년 10월 거래가 정지됐다가 2023년 2월 거래가 재개됐다.

작년 3분기 기준 나노캠텍의 부채비율은 102.58%로, 2023년 말 71.56%에서 급등했다.

2021년부터 영업 적자도 이어지고 있다. 작년(1~9월) 나노캠텍 매출액(연결 기준)은 418억원, 영업적자는 8억원이다. 조선비즈는 향후 자금 확보 계획과 실적 전망을 묻기 위해 나노캠텍 측에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