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벤처 투자가 얼어붙는 모습이다. 급변하는 정세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보수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벤처 투자는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추진되던 시기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조선비즈가 마크앤컴퍼니와 공동으로 올해 1월 신규 벤처 투자 규모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총 102개 기업이 3763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전월(2024년 12월) 143개 기업에 8327억원의 자금이 몰린 것과 비교하면 약 54.8% 급감했다. 작년 같은 기간(2024년 1월·7123억원)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마크앤컴퍼니는 스타트업 성장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통계는 시드(seed) 단계 투자부터 기업공개(IPO) 이전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단계까지 1개월 동안의 신규 투자액을 집계했다. 기관 간 스타트업 구주 거래는 집계에서 제외됐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비상계엄 사태 당시 신규 투자 금액이 늘어난 것은 그 전부터 투자 계약을 진행하던 게 12월 클로징되면서 사후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부터는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추진되던 지난 2016년 12월 벤처 투자 규모는 2977억원으로 전년 동기(2499억원) 대비 19.1% 증가했다. 반면 2017년 1월 신규 벤처 투자액은 751억원으로 직전 년도 동기(1300억원)와 비교해 42.2% 급감한 바 있다.
앞서 벤처 업계에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25%로 전격 인하하면서 하반기 벤처투자 시장이 회복할 것이란 기대가 번졌다. 그러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벤처캐피털(VC)들이 다시 보수적인 기조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시작하면서 VC들의 엑시트 창구로 꼽히는 공모주 시장도 얼어붙은 상황이다.
올해 1월에는 헬스케어·바이오(738억원), 제조·하드웨어(700억원), 인공지능(AI)·딥테크·블록체인(530억원), 물류(326억원), 화장품(325억원) 순으로 투자금이 몰렸다. 투자 건수로는 AI·딥테크·블록체인(18건), 헬스케어·바이오(16건), 제조·하드웨어(12건)로 집계됐다.
특히 1인 가구를 타깃으로 잡은 모바일 배달 플랫폼 두잇과 디자이너용 소프트웨어 ‘프로토파이’ 개발사인 스튜디오씨드코리아는 각각 306억원, 300억원의 신규 자금을 모집하며 1월 벤처 투자 시장을 주도했다. 알츠하이머 신약개발사 큐어버스도 시리즈B 라운드에서 2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대형 하우스의 한 관계자는 “신규 공모주가 참패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회수 가능성이 높은 섹터에 선별적인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드라이 파우더가 부족한 중소형 하우스들은 탄핵 정국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만큼 조기 대선이 끝나야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