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증권사들의 국내주식 거래규모는 줄어든 반면, 해외주식 거래규모는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떠나 미국 주식 시장으로 달려간 여파로 풀이된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9개 증권사(미래에셋, 한투, 삼성, 키움, NH, KB, 신한, 토스, 카카오페이증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이들 증권사의 국내 주식 거래 규모(개인 투자자가 매수·매도한 주식 합)는 6352억5400만주로 전년(7303억7900만주)보다 약 13%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주식 투자 열풍이 불었던 2021년(1조2283억4200만주)과 비교하면 48.3%나 줄어든 규모다.
이와 달리 해외 주식 거래 규모는 큰 폭으로 늘었다. 해외 주식 거래 규모는 2022년 593억1000만주에서 2023년 1124억3500만주 규모로 89.6% 뛰었고, 작년에도 1564억1900만주로 39.1% 증가했다.
지난해 초부터 정부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펼쳤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이른바 ‘국장 탈출’을 택한 데는 국내 증시 성과가 주요국 중 가장 부진하게 나타난 게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두산그룹 구조개편, 고려아연의 기습 유상증자 등 소액 주주 이익을 훼손하는 기업 거버넌스 이슈가 이어진 탓도 있다.
지난해 코스피는 한 해 동안 9.43%, 코스닥지수는 23.15%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6.58%, 나스닥지수는 33.37% 올랐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20.37% 올랐고 중국상해종합지수와 홍콩항셍지수도 각각 14.26%, 17.82% 상승했다.
해외주식 거래가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 지형에도 변화가 생겼다. 9개 증권사의 작년 환전 수수료 수익은 2696억5900만원으로, 전년(1294억1600만원)보다 약 2배로 급증했다.
해외주식 수탁수수료도 늘었다. 작년 1∼3분기 해외주식 수탁수수료 수익은 8109억원으로 전년 전체(6061억원) 대비 33.8%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의 수탁수수료 수익은 1조8175억원으로 전년 전체(2조3853억원)의 76.2% 수준이었다.
김현정 의원은 “정부가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 밸류업 정책을 내놨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오히려 해외 시장으로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제는 단순한 주가 부양책이 아니라,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투자자 보호 강화 등의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투자자 친화적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