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6월 처음 출시된 월 배당 ETF(상장지수펀드)의 순자산액이 2년 7개월여 만에 21조원을 넘어섰다.
월 배당 ETF는 주식·채권 등에 투자해 나오는 배당금·이자 등을 모아 월별로 나눠주는 상품이다. 최근 글로벌 관세 전쟁 우려 등으로 국내외 주식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매달 안정적인 배당이 나오는 ET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월 배당 ETF도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투자 상품이라는 데 유의해야 한다.
◇월 배당 ETF 21조원 시대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일 기준 국내 상장된 월 배당 ETF는 103개로 집계됐다. 월 배당 ETF는 2022년 말 19개, 2023년 말 36개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 다우평균 등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형태 외에 커버드콜(주식을 갖고 있으면서 그 주식의 ‘콜옵션’을 파는 투자 방식) 전략을 사용하거나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리츠 형태 등 투자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월 배당 ETF 순자산 규모도 2022년 말 1조2000억원에서 지난 6일 기준 21조4983억원으로 20배 가까이로 늘었다.
월 배당 ETF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로, 최근 1년 연 분배율이 3.56% 수준이다. 커버드콜 전략을 사용하는 TIGER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액티브(H)는 최근 1년 연 분배율이 12%를 상회하고 있다. 다만 최근 미 국채 금리 상승세(채권 가격은 하락)로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금리형 ETF인 KODEX CD1년금리플러스액티브 등도 월 배당 ETF 규모 상위권에 속해 있다.
월 배당 ETF의 장점은 매달 나오는 현금 흐름이다. 사회생활이 한창인 2030세대에게는 ‘제2의 월급’, 은퇴 세대에게는 새로운 노후 자금으로 여겨진다. 최근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 우려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투자 도피처로 월 배당 ETF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직장인 박모(32)씨는 “요즘 불확실한 장세에서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월 배당 상품 비율을 10~15% 정도 유지한다”며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배당금이 투자 결정에 안정감을 준다”고 했다.
◇‘월 분배율’에 단순 현혹 안 돼
그러나 월 배당 ETF 투자에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주식·채권 등 위험 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 “매월 Ο% 현금 흐름” 등 운용사가 제시하는 월 분배율만 보고 덥석 투자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9일 금융감독원은 자산운용사 10곳의 ETF 광고 252개를 점검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광고상 제시하는 수익률은 특정 시점이나 목표 수익률일 수 있다”며 “최소 1년 이상의 수익률과 상품의 위험성을 함께 고려해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 과세 방식이 바뀌면서 연금저축·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절세 계좌로 ‘해외 월 배당 ETF’를 투자할 때 절세와 과세 이연 효과가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기존에는 해외 배당 ETF의 배당금을 우선 전부 받은 뒤 세금을 나중에 납부하는 방식(세율은 만기 시 ISA 9%, 연금 계좌 3~5%)이 적용됐었다. 그러나 세법 개정으로 인해 이제는 미국 등 해외에서 배당소득세를 원천 징수한 뒤 남은 금액만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된다. 정부가 대책을 검토하고 있으나, 절세 계좌에 가입한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국내 고배당주, 국내 리츠 ETF 등 국내 ETF는 기존과 같이 나중에 해지할 때 세금을 내는 과세 이연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해외 대신 국내에 투자하는 월 배당 ETF를 권하기도 한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 시장이 부진했던 만큼 코스피 배당 수익률도 2.7% 내외로 배당 매력도가 높아져 있다”며 국내 투자 배당 ETF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했다.
☞월 배당 ETF
주식, 채권, 부동산투자신탁(리츠) 등에 투자해 나온 배당금, 이자 등을 모아 매달 분배금으로 지급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매달 현금 흐름이 나오기 때문에 시장의 출렁임이 클 때 인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