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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한국 증시에서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무더기 신고가를 기록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로 코스피·코스닥이 보합권에서 머무는 상황이어서 한화 계열사들의 상승은 더욱 두드러졌다.

박진환 파인만자산운용 대표는 “미국 의회에서 해군 함정 건조를 동맹국에 맡기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됐는데 국내 방산·조선업체에는 엄청난 기회”라며 “특히 군함 MRO(유지·보수·운영) 사업은 단순한 용역 제공을 넘어 고급 기술력을 요구하는데 (한국 기업들이) 참여한다면 기술력 향상과 네트워크 확대 등 부수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조선DB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조선DB

이날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한화그룹 계열사는 방산기업인 한화시스템이었다. 하루 거래량이 4700만주 넘게 폭발하면서 장중 상한가(3만2850원)까지 찍었다. 이날 종가는 상한가에서 50원 모자란 3만2800원. 지난 2019년 상장 이후 역대 최고가다. 외국인(180억)과 기관(315억)의 쌍끌이 매수가 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이날 주가 급등으로 한화시스템은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 범위를 크게 넘어섰다. 최근 목표주가 3만4000원을 제시했던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실적이 올해부터 반영되면서 매출 급증이 예상된다”면서 “향후 필리조선소의 미 해군 함정건조 및 MRO 사업으로 인한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11일 ‘미래에 빛날 진주’라면서 한화시스템 목표 주가로 3만2000원을 제시했는데 단 하루 만에 넘어섰다.

방위산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이날 장중 52만4000원을 찍으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날 20%대 상승에 이어 이날도 4%대 상승을 이어갔다. 종가는 52만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시가총액이 23조원을 넘는 대형주이지만, 올해 주가 상승률이 40%를 넘는다.

지난 10일 나온 실적 발표가 호재였다. 작년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4조8311억원, 영업이익은 222% 급증한 8925억원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이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증권사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 5309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외국인이 올해 2888억원 넘게 사 모으면서 순매수 3위(1위 하이닉스, 2위 네이버)를 기록 중이다. 반면 개인은 3400억원 넘게 팔아 올해 순매도 3위다.

한화시스템은 9월 호주 맬버른에서 개최된 '랜드포스 2024'에 참가해 자체 개발한 표준 MRO 플랫폼 'TOMMS' 를 선보였다./한화시스템 제공

역시 호실적을 발표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도 이날 장중 7만4600원까지 오르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종가는 전날 대비 15.2% 상승한 7만2900원. 한화오션은 최근 1년 동안 주가가 193% 오르는 등 파죽지세다. 한화오션은 지난 2023년 5월 23일 한화그룹 계열사에 편입됐다.

지주회사인 한화도 이날 16%대 급등세를 보였다. 평소 10만~20만주 거래되던 한화는 이날 하루 거래량이 356만주를 넘어섰다. 이날 주가는 장중 3만8550원까지 올랐는데, 3년래 최고가다. 연기금과 사모펀드 등 기관 매수세가 강력했다.

이날 주가 급등으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김동관·동원·동선)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는 7개월 만에 20% 넘는 평가 차익을 거두게 됐다. 작년 7월 한화에너지는 지분율을 늘리기 위해 한화 주식을 주당 3만원에 공개 매수했었다. 주주들이 적극 응하지 않아 당초 목표치에는 못 미친 지분(5.2%)만 확보했다. 당시 여의도 증권가에선 주당 3만원이 주가순자산비율(PBR, 낮을수록 저평가) 0.26배에 불과해 지나치게 싸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편,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주가 급등에 힘입어 한화자산운용이 작년 12월 출시한 PLUS한화그룹주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이날 10% 가까이 상승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출시 이후 성과가 50%에 육박한다. 이 상품은 한화오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등 한화그룹 11개 계열사에만 투자하는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