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중국·홍콩 등 중화권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중학 개미’들이 15개월 만에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세를 보이고 있다. 저비용·고성능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발(發) 훈풍에 중화권 증시가 기술주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자 중학 개미들이 움직이는 것이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은 이달 들어 14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홍콩과 중국 주식시장에서 1383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고 밝혔다. 월별로 봐서 국내 투자자들이 마지막으로 중국·홍콩 주식을 순매수한 때는 2023년 11월이다. 15개월 만에 중학 개미가 돌아온 것이다.
◇딥시크 호재에 중국 증시 강세
중국의 부동산 침체, 저성장 우려에 중국 주식시장을 떠났던 투자자들이 딥시크 호재에 돌아오면서 이달 들어 중국 주가지수는 대부분 상승세다. 이달 초 이후 14일까지 중국 상위 300개 기업으로 구성된 중국 CSI 300 지수는 3.19%, 중국 선전 종합 지수는 5.84% 상승했다. 홍콩의 상승세는 더 무섭다. 중국 우량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 H 지수는 12.86%, 기술주 중심의 홍콩 항셍 기술 지수는 16.99%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상승률(2.03%)의 8배가 넘는다.
종목 중에선 애플의 AI 협업 소식에 알리바바 주가가 이달 들어 14일까지 40.54%나 급등했다. 딥시크 효과로 AI 응용 산업이 주목받으며 알리 헬스케어 주가도 63.43% 급등했다.
최근 자율 주행 시스템 ‘천신의 눈’을 발표한 비야디가 29.71%,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을 보유한 정보 기술(IT) 기업 텐센트는 18.34%, 전자상거래 업체 메이퇀은 14.64%,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인 유비테크는 14.03%, 자율 주행 반도체 업체 호라이즌로보틱스는 51.56% 상승했다. 김시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중국의 테크주 투자에 힘이 실린 만큼 반도체, AI 산업과 관련된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 주행 등과 관련된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시진핑 중국 주석이 민간 기술 기업 수장을 소집해 심포지엄을 개최한 것을 고려하면, 테크 섹터에 대한 투자 심리 개선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중학 개미, 중국 테크주에 집중
이처럼 중국 주식시장이 기술주 중심으로 상승하자, 국내 투자자도 중국 테크주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중학 개미들은 새롭게 부상하는 자율 주행, AI·소프트웨어 등 중국 기술주 집중 매입에 나서고 있다.
이달 들어 중학 개미들이 홍콩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비야디다. 약 972만달러 순매수했다. 박초화 대신증권 연구원은 “비야디는 저가 모델부터 자율 주행 기능을 보급하면서 전기차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올해 전기차 판매량은 520만대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메이퇀, 유비테크, 로보센스, 호라이즌로보틱스 등도 중학 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이다.
골드만삭스는 “딥시크와 다른 중국 인공지능 모델이 중국 기술에 대한 내러티브를 바꿨다”며 “투자자들이 중국 AI의 성장과 경제적 이익에 대한 낙관론을 재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12개월 동안 MSCI 중국 지수가 14일 종가 대비 16% 오를 것”이라며 중국 주식의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또 중국에서 AI 도입이 수익 성장을 촉진하고 잠재적으로 2000억달러(약 288조원)의 자금 유입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다음 달부터 중국 주식시장이 ‘트럼프 리스크’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아직은 미·중 분쟁에 대한 낙관론이 중국 주식시장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다음 달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추가 관세 등을 통해 대중국 압박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국 관세를 60%까지 올릴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어 파격적인 관세 인상 우려가 여전하다”며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 조치가 나오기 어려운 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