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과 악수하는 사진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혁신 기업 지원을 보여주는 상징이다.”(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

“시진핑 주석 좌담회 이후, 알리바바가 AI ToC(개인 대상 AI 서비스) 사업과 관련한 대규모 인력 채용을 시작했다. AI 기술과 제품 연구·개발 직책이 90%를 차지한다.”(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베이징에서 열린 민영 기업 심포지엄에 참석한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와 웃으면서 악수하고 있다./조선DB

중국의 생성형 AI(인공지능)인 딥시크가 시장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으면서 중국 주식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7일 민영 기업 간담회를 열고 빅테크 기업 수장들에게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이 변곡점이 됐다.

21일 중국 우량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 H지수는 장중 한때 4% 넘게 상승하며 8660선을 기록했다. 이는 3년 만의 최고치로, 강한 매수세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판 엔비디아로 불리는 캠브리콘(AI 반도체 설계업체)이 이날 과창판(기술·창업주 전용 주식시장)에서 상한가(20%)를 기록하는 등 주식 시장에서 알리바바의 자본 지출 확대 발표가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美 매그니피센트 7는 가라... 中 테리픽 10 부상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UBS, 모건스탠리 등 중국 증시에 부정적이던 월가 투자은행들도 낙관론을 쏟아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0일 중국 주식에 대한 하락 전망을 철회했다. 모건스탠리는 “지금까지 외국인 자금 유입이 제한적이었기에 글로벌 투자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한층 높다”면서 “중국 증시는 이달 초 강세장에 진입했지만 아직 더 오를 여력이 남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콩H지수 목표를 종전 6970에서 8600으로 23% 끌어 올렸다.

앞서 지난 17일 골드만삭스도 “딥시크 등장으로 중국 기술력에 대한 전 세계 투자자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AI의 광범위한 도입이 기업들의 수익 성장을 가속화하면서 2000억달러(약 287조원)의 추가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위즈덤트리 인베스트먼트는 중국의 대표적인 기술주 10개를 ‘터리픽 10(Terrific 10)’이라고 명명하고, 중국의 터리픽 10이 미국의 7개 대표 기술주인 매그니피선트7(Magnificent 7)과 경쟁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10대 기술주로는 알리바바, 텐센트, 메이투안, 샤오미, 비야디, 징둥, 넷이즈, 바이두, 지리자동차, SMIC다.

21일 홍콩 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가 14.6% 올라 2021년 11월 이후 3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중국 증시 상승세를 이끄는 대장주는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다. 알리바바는 중국 아이폰에 자사의 AI 기술을 탑재하며 중국 AI 대표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민영기업 좌담회에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참석하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마윈 창업자는 5년 전 중국 정부의 금융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가 시진핑 주석의 눈 밖에 났었다. 이후 알리바바는 고강도 규제 대상이 되었지만, 최근 그의 공식 석상 복귀가 정부와의 관계 회복 및 규제 완화의 상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1일 홍콩 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전날 대비 14.56% 오른 138.5홍콩달러에 마감했다. 2021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연초 이후 알리바바 주가 상승률은 69%에 달한다.

이날 주가 급등은 전날 알리바바가 깜짝 실적을 발표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알리바바는 작년 4분기(10~1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한 2801억위안(약 55조410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AI 특수로 시장 예상치(2774억위안)를 웃돌았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9% 급증한 489억위안(약 9조6738억원)에 달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알리바바는 AI 선두인 바이두를 제치고 애플과 계약했는데, 이는 알리바바가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AI 기업으로 잘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모건스탠리, 시티, HSBC 등 증권사들은 알리바바 목표 주가를 20% 이상 상향 조정했다.

알리바바는 실적 발표에서 AI 투자를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밝혀 AI 투자 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토비 쉬 알리바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향후 3년간 알리바바의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과거 10년 간의 총 투자 규모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의 억만장자인 라이언 코헨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지분을 10억달러로 늘렸다./조선DB

한편, 큰손들의 중국 주식 사재기도 화제가 되고 있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억만장자 라이언 코헨이 알리바바 지분을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로 늘렸다고 보도했다.

라이언 코헨은 미국의 대표적인 밈 주식인 게임스톱의 최고경영자(CEO)로, 장기적으로 중국의 경제 성장에 대한 낙관론에 기반해 주식을 매수했다고 한다. 알리바바는 미국 주식시장에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상장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