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는 절세 혜택으로 주목받는 세대생략증여를 다뤘다. 세대생략증여란 조부모가 아들·딸 세대를 건너뛰고 손자녀에게 곧바로 증여하는 것을 뜻한다. 과세 당국은 부의 대물림을 막고 증여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세대생략증여에 대해선 30%를 할증(미성년자에게 20억원 넘게 증여하면 40% 할증)하고 있지만, 증여 금액이나 건수는 계속 늘고 있다. 은퇴 설계 전문가인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이 그 배경과 절세 방안을 소개한다.

그래픽=백형선·Midjourney

◇동일인 합산과세 피할 수 있어

조 부사장은 “같은 돈을 증여할 때 조부모가 세대생략증여를 하면 세금을 훨씬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성인 아들에게 3억5000만원을 증여한다면 세금 20%(2억~5억 과표 구간)를 물어야 한다. 성인 자녀에 대한 증여공제 5000만원을 제외하고 1억원에 대해선 10%에 해당하는 세금 1000만원을, 나머지 2억원은 세금 20%(4000만원)를 증여세로 내야 한다. 총 5000만원이 세금(산출세액 기준)으로 나가는 셈이다.

그래픽=백형선

그러나 같은 3억5000만원을 A씨가 1억5000만원, 친할아버지가 1억원, 외할아버지가 1억원 등으로 나누어 증여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증여세를 계산할 때 직계존속과 그 배우자(예를 들어 아버지와 어머니 부부,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부)는 동일인으로 보고 금액을 합산하지만 아버지와 친할아버지, 외할아버지는 증여 금액을 각각 계산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세율 과표 구간을 낮출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따라서 이 경우 아버지는 증여액 1억5000만원에서 성인 자녀 증여공제 5000만원을 제한 1억원에 대해 10% 세금(1000만원)을 내고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는 각각 1억원에 대해 13%(1300만원)씩 증여세를 내면 된다. 총 증여세가 3600만원으로 아버지 혼자 동일 금액을 증여했을 때(5000만원)보다 30% 가까이 낮다.

좀 더 단순화해보면 성인 아들에게 1억5000만원을 증여했는데 어머니가 1억원을 추가로 증여할 때에는 두 사람의 증여액이 합산돼 20%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그 1억원을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증여해주면 10%에 30%를 할증한 13%의 세율이 적용된다. 전자는 증여세를 3000만원 내야 하지만 세대생략증여인 후자는 2300만원 내면 된다.

조재영 부사장은 “자녀가 증여세를 낼 돈이 없어 부모가 대신 세금까지 내줘야 하는 경우에도 세대생략증여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증여세까지 내주면(증여) 금액이 합산돼 과표 구간이 올라가지만, 아버지가 증여하고 할아버지가 증여세를 대신 내주면 두 금액은 따로 세금을 계산하기 때문에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또한 세대생략증여는 상속세 합산과세 기간이 일반 증여(10년)와 달리 5년으로 짧은 것도 장점이다. 5년 단위로 나눠 증여함으로써 상속세 누진세 부담을 덜 수 있는 셈이다. 조 부사장은 “이런 점들이 세대생략증여가 할증과세에도 불구하고 널리 활용되는 이유”라며 “꼭 자산가가 아니더라도 세대생략증여를 활용하면 세금을 아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조부모들의 남다른 손주 사랑

그렇다 보니 ‘조부모 찬스’를 활용하는 손자녀들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미성년자 손자녀에 대한 세대생략증여가 인기다. 최기상 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9~2023년) 미성년자 세대생략증여 금액은 3조8135억원에 달했다. 증여 금액도 부모가 줄 때보다 많았다. 미성년자 세대생략증여의 건당 증여 금액은 평균 1억4100만원으로 부모 등의 일반 증여 평균 금액(9000만원)보다 60% 가까이 높았다.

이 세대생략증여의 67.1%가 만 12세 이하 초등학생이었다. 미취학 손주가 조부모에게 받은 돈은 이 기간 1조원이 넘었다. 조 부사장은 “요즘은 돌 선물로 증여를 해주는 조부모가 적지 않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부모가 손주들에게 가장 많이 물려준 것은 금융 자산(1조2819억원), 건물(9058억원), 토지(7993억원), 유가증권(6497억원) 순이었다. 그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세대생략증여가 다주택자 규제나 소득세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