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로 꼽히는 워런 버핏(94)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작년 미국 회사 주식을 판매해 현금을 끌어모았다. 올해에는 일본의 종합상사 지분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22일(현지 시각) 버크셔가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현금 보유액은 3342억 달러(약 479조 3096억원)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23년 말에 비하면 거의 2배 늘어난 수준이다.
버크셔는 지난해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그룹 등 1430억 달러 규모 주식을 매각했으나 신규 주식 투자액은 92억달러에 그쳤다. 버핏은 시장의 우려를 예상한 듯 “현금성 자산을 우량 기업의 소유보다 선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버크셔 주주들은 우리의 자금이 주로 주식, 특히 미국 기업 주식에 투자될 것임을 확신해도 좋다”고 했다. 다만 CNBC는 버핏의 발언이 주식을 팔고 현금을 늘리는 데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버핏이 올해 주식 투자 계획에 ‘콕’ 집어 언급한 곳도 있다. 이토추상사, 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스미토모상사, 마루베니상사 등 일본의 5대 종합상사다. 버핏은 “시간이 지나면 버크셔가 5개 회사 모두에 대한 지분을 어느 정도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버크셔는 2019년 7월 처음으로 이 회사들에 투자했다. 저평가된 주가에 비해 재무 상태가 좋다는 이유였다.
당초 10% 미만으로 보유 지분을 유지하기로 합의했지만, 이 한도가 가까워지자 최근 5개 회사가 기준을 약간 완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버핏은 전했다. 작년 말 기준 버크셔가 이 회사에 투자한 금액은 총 138억 달러(약 20조원)였다. 버핏은 올해 이 회사들로부터 8억1200만 달러(약 1조 1638억원)의 배당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CNBC는 장기 투자를 선호하고,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는 버핏의 성향이 이번 투자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5개 기업은 일본 최대 종합상사로, 다양한 재료와 제품을 거래하고 해운, 철강과 같은 실물 경제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버핏은 2023년 일본 닛케이신문 인터뷰에서 “이 5개 기업은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단면을 보여준다”며 “버크셔와 정말 많이 닮았다”고 했다.
버핏이 후임자로 지명한 그렉 에이블 최고경영자(CEO) 역시 일본 종합상사에 대한 투자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버핏은 “그렉과 후임자들은 앞으로 수십 년간 이 기업들의 지분을 보유할 것”이라며 주주 환원 정책의 적절한 실행, 미국 기업과 대비해 절제된 경영진 보상 체계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다섯 기업의 경영 방식, 투자자를 대하는 태도를 좋아한다”며 “앞으로 버크셔가 다섯 회사와 생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