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주부 이모씨는 지난해 연 4%대에 가입한 저축은행 예금의 이달 말 만기를 앞두고, 재예치 금리를 알아보다 연 3% 극초반까지 떨어져 깜짝 놀랐다. 이씨는 “이자가 너무 낮아 성에 차지 않는다”면서 “예금 이자의 두 배 정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은 없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시중 금리 하락세가 뚜렷해지면서 팍팍한 예금 이자에 실망해 대안을 모색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주요 은행 대표 정기예금 금리는 2년 7~8개월 만에 연 2%대까지 떨어졌다. 저축은행도 연 3% 극초반까지 내려왔다. 예금 이자로 생활해 온 은퇴자들은 줄어드는 이자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5대 증권사 재테크 전문가들에게 현실적 해결책을 들어봤다.
◇글로벌 금리 인하기… 해외 채권 주목
전문가 5명 중 3명은 글로벌 금리 인하기의 수혜 자산으로 국내외 채권을 꼽았다. 금리가 하락하면 신규 발행 채권 금리가 낮아지므로, 기존에 높은 금리를 지급하던 채권은 가치가 오른다.
박일양 삼성증권 디지털SNI1팀장은 저금리 예금 대안으로 미국 초장기채를 추천했다. 미국 초장기채는 미 국채 중 만기가 20년 이상인 상품이다. 박 팀장은 “표면 금리가 낮은 장기채를 매수하면 세금 부담이 줄어 은행 예금과 비교한 환산 수익률이 연 6~7%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채권 이자는 과세 대상이지만, 과세 기준이 표면 금리에 따라 결정되므로 표면 금리가 낮을수록 절세 효과가 커진다.
정세호 한국투자증권 강남금융센터장은 달러 표시 브라질 국채를 대안 상품으로 꼽았다. 달러 표시 브라질 국채는 브라질 정부가 미국 달러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표면 금리는 브라질 헤알화 표시 채권보다 낮아도 달러 기반이라 환율 변동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다.
정 센터장은 “강(强)달러 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달러 표시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면 연 7% 수준의 비과세 이자가 기대된다”며 “다만 최소 가입액이 1억~2억 원으로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헤알화로 발행된 브라질 국채는 소액으로도 투자 가능하며, 현재 연 14% 안팎의 비과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만기 때 브라질 경제 상황과 환율 변동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공모주나 금(金) 섞어서 플러스알파 노려라
이진성 신한투자증권 패밀리오피스 광화문센터 이사는 연 6~7% 수익을 기대하면서 안정성도 갖춘 상품으로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를 추천했다.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란, 신용 등급 BBB+ 이하 하이일드 채권(45% 이상)을 포함해 국내 채권에 60% 이상 투자하는 상품이다. 올해 말까지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이 있다.
이 이사는 ”분리과세·소득공제 혜택은 작년 말 종료됐지만, 국내 회사채 투자로 4~5% 수익을 기본으로 확보하고 기업 공개(IPO)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2~3%가량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는 운용사의 역량에 따라 성과 차이가 커서 과거 성과를 꼼꼼히 분석한 후 선택해야 한다.
오정택 미래에셋증권 투자센터반포WM 이사는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금과 국내 중장기 우량 회사채를 추천했다. 오 이사는 “미 국채 투자 수요가 금 투자로 대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등으로 금값 추가 상승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원화는 KRX 금 현물 시장에서 사는 것이 좋고, 달러라면 미국에 상장된 금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있다.
김동의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도곡센터 팀장은 고금리 우량 회사채와 코스피에 연동되는 지수형 ETF에 절반씩 투자하는 ‘반반 전략’을 권했다. 연 4% 안팎의 고금리를 지급하는 우량 기업 회사채에 투자해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챙기면서 저평가된 국내 증시 투자로 플러스 알파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김 팀장은 “현재 선행 주가수익비율(PER·낮을수록 저평가) 8.6배 수준인 한국 증시가 과거 평균인 PER 10배(2850선)까지 오른다고 생각한다면 지수형 ETF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