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끝났다. 연금은 멀었다. 그래서 화가 난다.’
은퇴해 월급은 끊겼는데 연금 개시 때까지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면? 사전에 개인 연금이나 배당소득, 월세 수입 등으로 철저히 노후를 준비해 그 기간의 현금 흐름을 만들어놓는 수밖에 없다.
이런 고민은 공무원도 다르지 않다. 과거에는 정년퇴직 즉시 공무원 연금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직장인에 비해 노후 걱정이 덜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공무원 연금법 개정으로 1996년 이후 임용된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은 정년퇴직 후 연금 수급 개시까지 최대 5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올해 정년을 맞는 퇴직자는 62세부터, 2033년 이후 퇴직자는 65세가 돼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 소득 공백 시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콘텐츠 ‘은퇴 스쿨’이 김동엽 미래에셋 연금과투자센터 상무와 함께 공무원들의 노후 대비 전략을 알아봤다.
◇저축하며 절세 가능한 연금 계좌
통상 재직 중에는 저축을 늘리는 게 일반적이다. 이때 절세 혜택이 큰 금융 상품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연금 저축과 IRP(개인형 퇴직연금)과 같은 연금 계좌를 활용하는 것이다. 가입자는 연간 900만원까지 13.2%(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16.5%) 세액공제를 받으며 저축할 수 있다.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900만원까지 최대로 저축했다면, 연말정산 때 118만8000원(총급여 5500만원 이하라면 148만5000원)의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연금 계좌로 수당 이체, 2년 새 7배 증가
그런데 요즘은 재직 중인 공무원뿐 아니라 퇴직한 공무원들도 연금 계좌를 찾고 있다. 한국연금학회에 따르면 퇴직 공무원의 퇴직 수당 IRP 이전 건수는 2022년 138건에서 지난해 1007건이 돼 2년 사이 무려 7배 이상으로 늘었다. 2010년 이전만 해도 이전 건수가 0건이었는데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퇴직 공무원들 사이에 연금 계좌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공무원들이 일시금 형태로 받는 퇴직 수당과 명예퇴직 수당을 연금 형태로 받으면 각종 절세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일시금으로 수당을 받을 때 내야 하는 퇴직 소득세를 30~40% 감면받을 수 있고, 운용 수익에 부과되는 세금도 낮출 수 있다. 가령 퇴직 수당과 명예퇴직 수당을 일시금으로 받아 일반 금융 상품에 투자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발생하는 이자와 배당소득에는 15.4%의 소득세가 붙는 반면, 연금 계좌로 투자해 그 수익을 만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하면 3.3~5.5%의 연금 소득세가 붙어 세금을 확 낮출 수 있다. 연금 수령 시기가 늦어질수록 세율은 더 낮아진다.
아울러 금융소득 종합 과세 불안도 덜 수 있다. 금융소득 종합 과세는 연간 이자와 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대 49.5% 과세하는 제도다. 일반 계좌로 투자할 경우 다른 소득이 많다면 금융소득 종합 과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러나 연금 계좌에서 발생한 연금 소득은 연 1500만원 이하로 수령하면 3.3~5.5%의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1500만원이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만 이때에도 연금 수급자가 16.5%의 단일 세율로 과세해 달라고 요구할 경우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김 상무는 “금융소득 종합 과세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략으로 유용하다”고 말했다.
◇건보료도 절감
건강보험료 부담을 피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과 같은 공적연금 소득에는 건보료가 부과되는 반면 연금 계좌에서 발생한 사적 연금 소득에는 건보료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퇴직하면 대부분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건보료 압박을 받게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금 계좌의 절세 활용도가 높은 셈이다. 김동엽 상무는 “지역가입자의 경우 연간 이자·배당·연금 소득이 1000만원을 넘으면 건보료를 부과한다”며 “다른 금융 소득이 많아 건보료 폭탄이 우려되는 분들은 사적 연금 계좌를 활용하면 절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무원들의 퇴직 수당과 명예퇴직 수당은 받자마자 연금 계좌로 곧바로 이체할 수 없다. 직장인과 다른 점이다. 따라서 공무원은 일단 일시금으로 수령한 뒤 60일 이내에 금융사를 통해 연금 계좌로 이체 신청을 하면 된다. 그러면 일시금으로 받을 때 원천 징수된 퇴직 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