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 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의 투자 상위 종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고점 대비 약 36% 급락했다. 이 ETF는 단순히 하나의 ETF라기보다, 서학 개미 투자의 수익률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고위험·고수익(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을 선호하는 서학 개미의 투자 성향이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서학개미 ETF’는 전 거래일 대비 12.11% 하락한 1만2990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26일 기록했던 종가 고점(2만425원) 기준 36.4% 하락한 것이다. 이 ETF는 한국예탁결제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보관 금액 기준)한 미국 주식 상위 25개 종목을 ‘서학 개미 가중 방식’으로 편입해 운용된다. 매월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며 서학 개미의 실제 투자 선호도를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2023년 말 상장했으며 순자산 총액은 약 1900억원 규모다.
이 ETF의 주가 급락은 포트폴리오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종목들의 동반 부진 영향이 크다. 현재 이 ETF는 테슬라(21.2%), 엔비디아(19%), 애플(9.5%) 등 기술주 비율이 높다. 이 외에도 팰런티어(6.7%), 아이온큐(4.2%) 등 서학 개미가 집중 투자하는 성장주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 종목들이 최근 미국 증시 조정 국면에서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ETF 수익률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테슬라 주가는 약 40%, 엔비디아 주가는 약 30% 하락했다.
서학 개미들은 올 들어서도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 개미의 월별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올해 1월(40억8000만달러·약 6조원), 2월(29억8000만달러), 3월(40억7000만달러) 등 조 단위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적인 성향은 종종 ‘폭락 직전 고점 매수’라는 비판과 연결되기도 했다. 지난 3월 미국 자산운용사 아카디안의 오언 라몬트 수석 부사장은 ‘오징어 게임 주식시장’ 보고서를 통해 서학 개미들이 재앙 직전에 관련 종목 매수를 급증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종종 부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