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큐리어스파트너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 중인 홈플러스에 6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추진한다. 소상공인 거래처에 대한 결제 대금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큐리어스파트너스는 홈플러스에 대한 DIP(Debtor In Possession)파이낸싱 방식 대출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법원에 대출 허가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로, 재판부의 결정이 이뤄지면 대출이 진행된다. 대출 규모는 600억원, 금리는 연 10%, 만기는 3년이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연대보증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한 구조화 투자다.

DIP 파이낸싱은 기업회생 절차가 개시된 기업에 자금을 대출해 주는 일종의 구제금융이다. 기업회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운영 자금 확보와 회생 종결을 위한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과도한 부채와 회생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회생 절차를 진행 중인 기업에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 이런 자금 조달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게 DIP 파이낸싱이다.

투자자는 리스크가 큰 기업에 투자를 하기 때문에 시장 금리보다 높은 이율을 보장받을 수 있고,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변제를 받을 수 있다. DIP 파이낸싱이 시작된 미국은 DIP 파이낸싱에 대한 최우선변제권(super-priority)이라고 불리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채무자회생법에 ‘채무자의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차입한 자금에 관한 공익채권은 다른 공익채권보다 우선적으로 변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협력사 결제 대금이나 근로자 임금 등 공익채권보다 DIP 파이낸싱 대출금의 변제 순서가 앞선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는 쌍용자동차와 동양건설산업, 금오하이텍, 스킨푸드 등이 기업회생 절차 중에 DIP 파이낸싱을 활용했다. 금오하이텍은 3년 만기 회사채 200억원(금리 8%)을 유암코와 오퍼스PE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hy가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에 DIP파이낸싱을 통해 600억원을 긴급 지원한 뒤 경영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큐리어스파트너스와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위니아에이드에 100억원의 DIP 파이낸싱을 진행한 바 있다.

큐리어스파트너스는 현재 운용 중인 블라인드 펀드로 홈플러스에 대출을 진행할 예정이다. 큐리어스파트너스는 지난달 4300억원 규모의 기업재무안정 사모펀드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