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의중이 궁금하면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의 보고서와 트럼프의 책 ‘거래의 기술’을 보세요. 한국은 더 필요할 겁니다.”

지난달 18~20일 홍콩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6회 제퍼리스 아시아포럼’에서 만난 이들이 말했습니다. 아시아 양대 투자 포럼으로 꼽히는 이 행사는 미 은행 제퍼리스가 주최하는 것으로 500개의 회사에서 300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합니다.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 도중에 열린 이 행사를 관통하는 큰 주제는 ‘트럼프 2기 대응법’이었습니다. 세션뿐 아니라 행사 후 칵테일파티에서도 참석자들은 트럼프 대응 전략을 토론했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신가요? 돈이 되는 여기 힙해 50번째 이야기입니다.

트럼프의 전략<1> 기브 앤 테이크…한국·일본·대만은 통할 수도?”

스티븐 미란 위원장 /로이터 연합뉴스

‘미런 보고서’는 대통령의 경제학자로 불리는 스티븐 미런 CEA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작성한 ‘국제 무역체제 재구조화를 위한 사용설명서’입니다. 미런은 미국의 제조업 부활 방법으로 상대방을 관세와 안보로 위협해 보유한 미 국채를 100년 만기 국채나 영구채로 전환하도록 압박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무이자로 초장기 국채를 떠넘기면 기축통화 지위는 유지하면서 달러 가치는 하락해 제조업이 강화된다는 논리입니다. 이를 트럼프 별장 이름을 따 ‘마러라고 합의’라고 불렀습니다. 1985년 ‘플라자 합의’에서 영감을 받은 것입니다.

물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40년 전처럼 동맹국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중국의 변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 우드 제퍼리스 글로벌 주식 전략 책임자는 “한국과 일본, 대만은 (미국이 원하는 대로) 관철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 우산’ 때문입니다.

우드가 말하는 트럼프의 전략은 ‘기브 앤 테이크’입니다. 그는 “이 방식이 대부분의 외국 채권자들은 강제로 관철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러나 예외가 발생할 수 있다면 한국, 일본 그리고 대만”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의 전략<2>목표를 높게 잡아라…“어쨌든 관세 올리기 성공”

이스 빈센트 게이브 게이브칼 창업자 /이혜운 기자

물론, 미국의 전략이 예상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트럼프의 전략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릅니다.

트럼프는 무언가를 원할 때 목표를 크게 부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책 ‘거래의 기술’에서도 “(나는) 목표를 높게 잡고 목표 달성을 위해 전진에 전진을 거듭한다. 때때로 목표에 미달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나는 원한 만큼의 목표를 달성한다”고 썼습니다. 투자회사 게이브칼의 루이스 빈센트 게이브 창업자도 “트럼프의 협상 전략은 상대를 마구 공격하고 괴롭히면서 협상 시 좋은 조건을 받아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트럼프가 16일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미국의 관세율은 기록적인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나는 약속을 했고, 약속을 지켰다”고 쓴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트럼프는 각국을 상대로 몇십 프로니, 중국을 상대로는 백 몇십 프로니 하는 말도 안 될 것 같은 숫자를 불렀지만, 결국 대부분의 국가에 최소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했고, 기업들로부터 투자 협조를 받아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의 전략<3>내가 가진 카드를 확인하라…대만을 협상 카드로?

크리스 우드 제퍼리스 주식투자 글로벌 대표 /이혜운 기자

중국과의 협상 구도는 다른 나라들과 달라 보입니다. 서로 보복 관세를 외치며 대치가 거세지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이는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나누는 신경전일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중국을 상대로는 관세 카드도, 안보 카드도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GDP의 2.7%에 불과합니다.

크리스 우드에 따르면, 트럼프는 다른 미국 대통령들과 세계관이 다릅니다. 그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대신 ‘세력권(spheres of influence)’을 믿습니다.

세력권 논리로 본다면, 트럼프는 중국이 아시아에서 패권국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트럼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내비친 그린란드와 캐나다, 파나마 영토에 대한 욕심, 즉 ‘돈로 독트린(도널드+먼로 독트린·도널드의 패권주의를 풍자한 말)’은 농담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결국 미·중이 갖고 싶어하는 것들은 우리 예상보다 더 큰 것일 수 있습니다. 우드는 “미국이 중국과 협상할 때 대만을 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트럼프의 전략<4>호의는 보이지만, 너무 지지 마라…“일본은 예전 만큼 안 친해?”

제퍼리스 아시아 포럼 2025 /이혜운 기자

트럼프는 책에서 “내게 호의를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잘해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일본에 대한 특별 대우는 없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우드는 “트럼프는 아베 신조 전 총리와는 매우 강력한 사적 관계를 맺어왔지만, 현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는 그런 유대감이 없다”며 “이것은 지금 일본 시장에 대한 확실한 우려 요소”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트럼프와 대결할 때 너무 저자세를 보이는 것도 좋지 않아 보입니다. 트럼프는 책에서 “거래할 때 가장 나쁜 자세는 도저히 가망이 없다고 절망하는 일이다”라며 “그런 태도를 보이면 상대방은 전의(戰意)에 불타게 되고, 당신은 이미 진 것과 다름없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의 전략<5>기술민족주의 시대…무기 중 하나는 대체 불가능한 기술

알렉스 카프리 싱가포르대 교수 /이혜운 기자

트럼프는 거래를 게임으로 생각합니다. 각자가 든 협상 도구를 무기로 원하는 바를 쟁취해야 합니다. 그 무기들은 무엇일까요?

알렉스 카프리 싱가포르대 교수는 “지금은 ‘기술민족주의(technonationalism)’ 르네상스 시대”라며 무기 중 하나가 대체 불가능한 기술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핵심 기술들과 그를 통한 공급망, 수출 통제, 인력 제한 등이 무기화되고 있다”며 “기술 무기는 진입 장벽이 높은 인공지능(AI) 반도체, 항공우주, 바이오테크 등”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트럼프가 만든 ‘거래의 세계’에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무기, 상대의 전략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분석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금 세계 질서는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카프리 교수는 말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경제학자로서, 신자유주의 사상가로서, 자유 무역을 지지하는 사람들로서, 투자자로서, 사업자로서 세상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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