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수익 인증합니다. 나스닥 투자했다가 반 토막(-50%) 났어요. 가만히 있는 돌멩이(수익률 0%)가 부럽습니다.”

“저는 테슬라에 투자했다가 -80% 찍었습니다. 세상에서 트럼프랑 머스크가 제일 싫어요.”

지난해 환호로 가득했던 서학개미(미국 등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 동호회가 올해는 절망에 빠졌다. “돈이 복사된다(수익이 두 배)”며 포모(FOMO·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를 자극하던 수익 인증방은 “내가 더 힘들다”며 위로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올 들어 나스닥 지수가 15%, 서학개미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식인 테슬라가 약 40%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익 인증글 대부분이 -50~-80%이다. 서학개미 대부분이 지수나 주식의 수익률 자체보다 2~3배 더 수익률이 높거나 낮은 레버리지 상품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매수 순위 5개 중 3개가 레버리지 상품이다. 상장지수펀드(ETF)로 보면, 상위 3개가 SOXL(반도체 지수 수익률 3배 추종), TSLL(테슬라 주가 수익률 2배 추종), TQQQ(나스닥 100 지수 수익률 3배 추종)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선 S&P500을 그대로 추종하는 ETF 상품인 VOO와 SPY, 나스닥 100지수를 1배 추종하는 ‘QQQ’가 톱3 자리를 놓치지 않는 것과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상훈

증권가에선 이 같은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경고가 끊이질 않는다. 최근같이 변동성이 크고 금리가 높을 때는 쉽게 레버리지 상품의 수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 때문이다. 권병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관세 불확실성에 따라 미국 주식시장이 종목별로 하루 몇 십%씩 움직이는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며 “변동성이 커질수록 레버리지 ETF의 복리 효과는 음(-)의 값을 보이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수가 아니라 수익률에 따라 변동

국내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가장 많이 산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배 ETF’다. ICE 반도체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이달 들어 ICE 반도체 지수는 약 7.5% 하락했지만, 이 상품은 33.54% 하락했다.

이는 지수를 3배 추종하는 것이 아닌 일일 수익률을 3배 추종하기 때문이다. 또 ‘변동성 끌림 현상’이라는 것도 나타난다. 예컨대 지수가 ‘100→90→100’으로 변하면 증감률은 0%다. 그러나 수익률은 -10%→11.1%이기 때문에 3배 수익률은 -30%→33.3%가 돼 이 ETF 가격은 ‘100→70→93’이 된다. 지수는 원점으로 왔는데, 레버리지 상품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는 것이다. 권병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현상으로) ICE 반도체 지수를 1배 추종하는 ETF인 ‘아이셰어즈 세미컨덕터 ETF(SOXX)’는 지난 5년간 145%(분배금 포함) 상승했지만, 3배 추종하는 SOXL은 41% 상승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상승에 베팅도, 하락 베팅도 다 잃었다?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은 나스닥이 오르는 것에 3배 베팅하는 ‘TQQQ’에 9억708만달러, 내리는 것에 3배 베팅하는 ‘SQQQ’에 4억3796만달러를 투자했다. 그런데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둘 다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강봉주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이는 기본적으로 레버리지 상품이 돈을 빌려 투자하기 때문에 고금리 영향을 받고 수수료가 높기 때문”이라며 “현 시점에서 해외 3배 레버리지는 투자 자산 대비 연 12%의 비용이 투자자에게 전가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상품

레버리지 상품이란, 지수·주식 등 기초 자산의 수익률을 2~3배 등으로 확대해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금융 상품이다. 지수가 1% 오르면, 수익률은 2~3%가 되는 식이다. 거꾸로 1% 떨어지면, 2~3% 손실이 난다. 배수만큼 돈을 빌려서 투자하고, 수수료가 비싸기 때문에 장기 보유하면 원래 기대 수익률과 다른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