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요구불예금이 이번 달 들어 보름 만에 15조원 이상 빠져나가면서 대출금리 인상에 자극이 될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는 내려가고 있는데도 가산금리 인하 폭이 커지지 않는 가운데, 저원가성 예금 감소로 은행 조달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합산 요구불예금(저축성 예금인 MMDA 제외)이 지난달 말 530조4327억원에서 이달 15일 515조2186억원으로 15조2141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구불예금은 저축성예금과 달리 언제든 뺄 수 있는 단기성 자금을 의미한다. 요구불예금은 통장 금리가 연 0.1% 수준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은행의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번 달 요구불예금이 크게 빠져나간 것과 관련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국내외 증시가 요동치면서 저점 매수 수요가 늘어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4월 4~10일)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18억6676만달러(약 2조7000억원)에 달했다. 2주 전(3월 21~27일) 기록한 3억7475만달러에 비해 5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기준금리 하락기에 예·적금 금리 고점 막차에 올라타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처럼 단기간에 요구불예금이 크게 빠져나가면서 시중에서는 은행들의 대출 조달 비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요구불예금이 많아야 은행의 대출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조달 비용 상승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전세 대출 등 변동금리를 산정하는 기준인 코픽스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코픽스는 하락 추세지만 가산금리가 줄지 않아 대출금리 부담은 여전한데, 여기에 코픽스 상승 우려까지 겹친 것이다. 코픽스는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 상품 금리가 인상되거나 인하되면 이를 반영해 상승하거나 하락할 수 있다. 현재 코픽스는 202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3월은 2.84%로 전월 대비 0.13%포인트 하락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가산금리는 지난달 기준 3.01%로, 전년 동기(2.75%) 대비 0.24%포인트 늘었다.
다만 은행 관계자는 “지난 3월 결산을 앞두고 요구불예금과 MMDA 잔액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증가한 자금이 다시 빠져나가는 것 역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2월 말 625조1471억원에서 3월 말 650조1241억원으로 25조원 가까이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