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아이스크림' /유튜브 캡쳐

“루비짱”/“하이”/“나니가스끼”(“루비짱”/”네”/“뭐가 좋아?”)

이 질문에 바로 “초코민토 요리모 아나타(민트초코 보다는 바로 너)”라는 답변이 나온다면 당신은 아직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최근 아이브·에스파 등 대중음악부터 중국 프로게임단 ‘징동 게이밍’ 등 스포츠업계를 넘어 안철수 국민의 힘 대통령 후보 등 대선판까지 점령한 밈(meme·인터넷 유행) 곡 ‘아이스크림(AiScReam)입니다.

왼쪽부터 K팝 아이돌그룹 아이브, 중국 프로게임단 징동 게이밍,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 /유튜브 캡쳐

이 노래는 일본 ‘러브 라이브! 스쿨 아이돌 프로젝트 시리즈’의 삽입곡 중 하나입니다. 이 러브 라이브 시리즈는 2010년 출판사 아스키 미디어 웍스, 음반사 란티스, 애니메이션 제작사 선라이즈 등 총 3사가 합동으로 출발한 가상 아이돌 육성 프로젝트입니다. 폐교를 앞둔 학교를 살리기 위해 학생들이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 활동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게임·만화책 등 다양한 장르를 확장해나가는 프로젝트입니다. 일본에서는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둬 애니메이션 OST를 중심으로 성우들과 함께 콘서트도 진행합니다.

아이스크림 /유튜브 캡쳐

강력한 팬덤은 있지만, 대중적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운 이 프로젝트가 지난 1월 발표한 삽입곡 ‘아이스크림’이 갑자기 유행을 탄 것은 틱톡 덕분입니다. 지난 2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공연 속 장면이 지난 3월 초 틱톡에서 갑자기 화제가 되며 바이럴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30대가 주류인 러브라이브 팬층과 10~20대인 틱톡 사용층이 다름에도, 틱톡에서 이 영상은 3월 28일 틱톡 재생수 1000만을 찍었고, 이후 유튜브->스포티파이->인스타그램 순으로 유행이 확산됐습니다.

사실 최근 대부분의 트렌드는 이 순으로 진행됩니다. 음악 뿐 아니라 음식·영화·드라마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미국이 틱톡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을 금지하거나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매각을 유도하는 등의 조치를 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최근 중국이 미국과의 관세 전쟁에서 틱톡에서 명품백의 원가 영상 등을 올리며 미국을 자극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무슨 뜻이냐고요? 돈이 되는 여기 힙해 51번째 이야기입니다.

<1>모든 트렌드의 시작은 틱톡에서

쫀득쿠키 /유튜브 서담 캡쳐

최근 유행한 디저트는 무엇인가요? 답변 중 하나에 ‘쫀득쿠키’를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녹인 마시멜로우에 분유가루, 씨리얼, 동결된 과일 등을 넣어 얼려 먹어 쫀득함을 자랑하는 ‘쫀득쿠키’. 틱톡에서 사람들이 먹기 시작하고, 유튜브에서 유명 유튜버들이 만들기 시작하더니, 유명 디저트 가게에서 출시된 후 GS25와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과 메가커피 등 커피체인점까지 제품이 나온 제품입니다. 이 쿠키 유행의 시작은 중국 상하이 디저트가게 샤오수푸(小酥福)입니다. 중국에서는 2022년부터 마시멜로우로 만든 동결 과일 쿠키가 유행했고, 이것이 틱톡 등을 거쳐 ‘쫀득쿠키’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유행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앞서 유행한 수건케이크, 벽돌초콜릿 모두 중국 디저트입니다. 모두 ‘틱톡->유튜브->인스타그램->디저트샵->편의점과 커피 체인점’이라는 경로로 유행했습니다. 이 유행에 최근 유튜브 등에서는 ‘상하이 디저트 여행’도 유행입니다.

이렇게 틱톡은 ‘모든 트렌드의 탄생’ 역할을 맡습니다. 그러나 누가 시작을 했는지는 모릅니다. 틱톡은 ‘팔로워’ 기반이 아닌 ‘콘텐츠’ 중심의 알고리즘 기반이기 때문입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는 팔로워 수가 적으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좋은 콘텐츠로 스타 유튜버나 인스타그램 셀럽이 될 수는 있지만, 이 역시 여러 콘텐츠를 통해 ‘스타’ 반열에 올라야만 가능합니다.

그러나 틱톡은 팔로워가 적어도 콘텐츠가 잘 만들어지면 수백만 조회 수를 받는 경우가 흔합니다. 사용자 행동을 바탕으로 영상 하나하나를 빠르게 노출시켜주는 추천 알고리즘이 매우 정교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바이럴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트렌드가 쉽게 퍼질 수 있습니다.

<2>만들기 쉬운 자극적이고 직관적인 영상

틱톡과 유튜브, 인스타그램 릴스 영상을 모두 만들어 본 사람들은 압니다. 틱톡 영상을 만드는 것이 가장 편합니다. 자동 영상 제작앱, 자동 번역 서비스 등 기본 제작 도구가 풍부하고 쓰기도 쉽습니다. 뛰어난 편집 실력이나 전문 편집가가 없어도 틱톡 영상을 자동 번역 자막까지 붙여서 올리는 건 간단합니다.

물론, 틱톡 영상도 멋지게 만들려면 오랜 시간과 돈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틱톡 영상의 매력은 ‘멋짐’이 아닙니다. 영상에서 시선을 잡아 놓을 수 있는 ‘직관성’과 ‘자극적임’입니다.

틱톡 영상 알고리즘을 소비하는 방법은 매칭앱 ‘틴더’와 비슷합니다. 1초 안에 눈길을 사로잡지 않으면 사람들은 영상을 넘겨버립니다. 이 1초를 잡아두기 위해 틱톡커들은 글자 크기는 화려하게 키우고, 화면과 음악은 자극적인 것을 선호합니다. 음식은 색감이 화려하고 모양이 과장된 것이 화제입니다. 틱톡은 짧은 동영상(15초~1분) 위주라 빠르게 소비되고, 쉽게 따라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보다 제작 부담이 적고, 인스타그램보다 즉흥성이 강조됩니다. 짧은 시간 안에 임팩트 있는 콘텐츠가 반복되며 밈이나 챌린지로 퍼지기 딱 좋습니다.

<3>틱톡이 놀이터라면, 유튜브는 백과사전, 인스타그램은 갤러리

반면, 유튜브 영상은 기본적으로 정보가 많아야 합니다. 내가 모르는 정보를 알려주는 사람을 선호합니다. 먹방이라면, 이 음식의 맛이 어떤지, 맛집은 어디인지 설명해줘야 합니다. 인스타그램은 ‘멋짐’이 가장 큰 미덕입니다. 디저트 하나를 먹더라도 예쁘게 먹어야 합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이 유명인 중심으로 움직이고, 틱톡은 콘텐츠 중심으로 움직이는 이유입니다. 틱톡이 놀이터라면, 유튜브는 백과사전, 인스타그램은 갤러리 같습니다.

연령층도 차이가 있습니다. 틱톡은 10~20대 사용자가 많고, 이들은 새로운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하고, 또 창작하는 이중 참여자이기 때문에 확산 속도가 빠릅니다. 반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은 틱톡보다는 주요 연령층이 높습니다. 최근 트렌드 유행의 시작은 “틱톡 알고리즘을 타는 순간”, 끝은 “인스타그램에서 소비되는 순간”이라고도 합니다. 틱톡이야 말로 가장 빠르게 일반인들이 트렌드와 여론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것이겠지요. 이것이 소셜미디어를 통한 문화 권력일까요? 미국이 틱톡을 무서워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먹고, 자고, 입고, 놀고! 지금 이 순간, 가장 힙한 곳을 알려드립니다.
여기힙해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