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지난해 국내 파생결합증권 잔액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2023년 홍콩 H지수 폭락으로 홍콩 주가연계증권(ELS)이 지난해 대량 손실을 내면서 주요 은행이 상품 판매를 중단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에 따라 지난해 ELS 투자 수익률은 손실로 전환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파생결합증권 잔액이 81조6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2조7000억원 감소해 2014년(84조1000억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22일 밝혔다.

파생결합증권은 주가, 이자율, 환율, 원유, 곡물 등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유가 증권을 말한다. 주가나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상품은 일반적으로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가 있으며, 채권, 원자재, 환율 등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경우는 파생결합증권(DLS), 파생결합사채(DLB)라고 한다. 금감원이 이번에 발표한 데이터는 ELS, ELB, DLS, DLB를 모두 파생결합증권으로 통칭했다.

지난해 파생결합증권 발행액은 전년 대비 5조3000억원 감소한 73조6000억원, 상환액은 1조2000억원 감소한 82조7000억원으로 상환액이 발행액을 넘어섰다.

가장 큰 폭으로 발행액이 감소한 상품은 ELS다. 지난해 ELS 발행액은 55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조6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홍콩 H지수 폭락으로 ELS 상품이 대규모 손실을 입으면서 수요가 크게 감소한 것이 원인이다.

이에 따라 원금 지급형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0.9%로 전년(51.2%) 대비 20%가량 늘었다. 위험성이 부각되며 위축된 수요를 안정성이 높은 원금 지급형 상품을 발행해 만회했다는 의미다.

기초 자산도 해외지수의 비중이 감소하고, 코스피200 지수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2023년 49.1%에서 지난해 78.8%로 늘었다.

DLS는 지난해 18조4000억원이 발행돼 전년 대비 2조3000억원 늘었다. 이 중 원금 지급형 발행액은 14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6000억원이 늘었으나,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 감소했다.

DLS 상환액은 15조3000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하면서 발행 잔액이 크게 늘었다. DLS 발행 잔액은 29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5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실제 상환이 이뤄진 파생결합증권 투자자의 이익과 수익률은 ELS와 DLS 모두에서 전년 대비 감소했다. 특히 ELS는 H지수 폭락 사태와 만기도래 집중으로 손실이 확정되면서 손익률이 손실로 전환됐다. DLS의 손익률도 2.8%에서 1.5%로 역성장했다.

금감원은 최근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로 ELS 상품의 투자 손실이 우려되는 만큼 발행 동향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발행액이 증가하는 파생결합사채 발행사의 신용 위험에 대한 안내를 강화해 투자자의 경각심도 제고하겠다고 했다.

해외 지수 급락으로 ELS 마진콜 발생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증권사의 외화 유동성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비상계획 점검에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