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 페퍼저축은행 본점. /뉴스1
OK저축은행의 한 영업점. /OK저축은행 제공

OK금융그룹이 추진 중인 페퍼·상상인저축은행 인수가 모두 무산될 위기다. 페퍼저축은행은 대주주가 매각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고, 상상인저축은행도 인수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업계에선 저축은행 인수합병(M&A)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2일 저축은행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호주 페퍼그룹은 페퍼저축은행의 매각을 잠정 중단할 것으로 전해졌다. OK금융은 페퍼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지난달 14일부터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양측의 M&A 의지가 강하진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업황 부진에 따른 낮은 몸값 책정이 페퍼저축은행 매각 중단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페퍼저축은행의 매각가는 자기자본(3795억원)에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를 적용한 3400억원 수준이다.

실제 매각가가 3400억원으로 책정될 가능성은 적다. 페퍼저축은행의 자산 총액은 전년도 4조7188억원에서 지난해 2조8913억원으로 38.7% 감소했고, 연체율도 9.82%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PBR 0.4~0.5배 수준에서 가격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페퍼그룹은 인수가와 유상증자 등을 포함해 페퍼저축은행에 1400억원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IB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대주주 입장에선 PBR 0.4~0.5배 수준으로 매각할 경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페퍼그룹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KKR도 현재로선 매각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페퍼저축은행이 금융 당국의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받았다는 점도 매각 중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OK금융은 실사를 마치고 지난 2월 적정 인수가를 제시하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매각가를 두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선 상상인저축은행의 매각가를 PBR 0.9배 수준인 2000억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OK금융은 PBR 0.5배 수준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가 이견으로 현재 협상도 중단된 상태다. 금융 당국은 최근 상상인저축은행에 적기시정조치 1단계에 해당하는 경영개선 권고를 내렸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 M&A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금융 당국은 최근 저축은행의 M&A를 활성화하기 위해 2년간 한시적으로 M&A 허용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 저축은행 구조조정 대상은 적기시정조치(유예 포함)를 받거나 검사 결과 재무상태가 적기시정조치 기준에 해당할 것이 명확한 경우다. 앞으로는 최근 2년간 분기별 경영실태평가에서 자산건전성 4등급 이하에 해당하는 저축은행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여전히 부실 저축은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자율적인 M&A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