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상가 등을 개조한 임대주택 공급 내용을 담은 11·19 전세 대책이 발표되자 ‘21세기형 쪽방촌' ‘호텔 거지' 등의 조롱이 쏟아졌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30일 국회에서 호텔 개조 방안을 비판한 야당 의원에게 “직접 가보면 정부가 청년에게 힘이 되는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LH가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해 공급한 청년공유주택 ‘안암생활’ 내부 모습. /연합뉴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서울 성북구 안암동의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한 임대주택 ‘안암생활’을 1일 언론에 공개했다. 전날 김 장관이 국회에서 언급한 곳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정부가 LH를 앞세워 ‘호텔 전셋집’ 띄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안암생활은 10층짜리 건물로 총 122실 규모다. 이 중 장애인용 2실을 제외한 기본형·복층형은 전용면적 13~17㎡(4~5평)로, 임대료는 보증금 100만원에 월 27만~35만원이다. 1인가구 기준 월 소득이 185만원 이하(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70%)인 청년만 지원 가능하고, 지난 8월 입주자 모집 당시 경쟁률은 2.3대1이었다. 지하철 신설동역이 가깝고, 공유 주방·공유 회의실 등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고 있다.

직접 둘러보니 일반적인 원룸보다는 기숙사에 가까웠다. 전용면적이 좁고, 방 안에 취사 시설과 세탁기가 따로 없어 지하의 공유 주방·세탁실을 이용해야 했다. 그러나 침대·책상·붙박이장·에어컨 등이 있고, 바닥 개별 난방도 가능하다. 임대료도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저렴하다. LH는 이 건물을 매입하고 리모델링하는 데 총 220억원을 썼다.

안암생활은 정부가 11·19 대책에서 밝힌 전셋집 공급 목표 11만4100가구에 포함된 물량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나올 공공임대주택도 전세형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비슷한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 호텔은 대부분 전용면적이 크지 않고 방도 하나뿐이라 2인 이상이 살 만한 곳으로 바꾸려면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하다. 현재 전세난을 겪는 상당수가 3~4인 가구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전세 대책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런 집조차 정부 예상만큼 공급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LH 관계자는 “현행법상 호텔을 공동주택으로 바꾸려면 기숙사나 다중 주택으로 용도 변경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실제 호텔을 개조해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얼마나 될지는 이달 사업 공모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