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신축 아파트가 3.3㎡당 1억원에 달하는 금액에 거래됐다. 인근 반포동과 강남구 대치동 등에서 ‘평당 1억원' 아파트가 나오긴 했지만, 잠원동에선 처음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잠원동 ‘아크로리버뷰 신반포’ 전용면적 84㎡ 30층 매물이 이달 23일 34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공급면적은 117㎡(35평), 평당 가격은 9857만원이다. 이달 초 같은 면적의 실거래 가격(30억원)보다 6억원 올랐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한동안 주춤하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최근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주간 단위 통계에서 집값 상승 폭이 확대되고, 신고가(新高價) 매매 사례도 속출한다. 최근 지방 대도시 등 비(非)수도권 지역의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규제를 피해 서울 밖으로 나갔던 주택 수요가 다시 서울로 ‘유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똘똘한 한 채’의 귀환, 이른바 ‘역(逆)풍선효과’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일주일 전보다 0.09% 올랐다. 전주(前週) 상승률(0.06%)의 1.5배로 커졌다. 6·17, 7·10 등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쏟아지며 집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7월 20일(0.06%) 이후 21주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강남 4구 상승세 때문에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도 10월 26일 0.01%에서 지난주엔 0.05%까지 확대됐다.
최근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은 신축이나 재건축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이달 22일 전용 84㎡가 37억2000만원에 팔렸다. 10월 말 기록한 같은 면적 최고가 36억6000만원보다 6000만원 더 올랐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1차' 전용 183㎡는 지난 15일 49억원에 거래되며 직전 신고가(46억4000만원)를 뛰어넘었다.
강남에 이어 마포·용산·성동구 등 이른바 ‘마용성' 지역 아파트값도 꿈틀대고 있다.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 분양권은 최근 20억원에 거래됐다. 마포구에서 84㎡가 20억원에 팔린 첫 사례다. 용산구, 성동구에서도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같은 크기 시세가 20억원에 근접하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의 지속된 규제로 서울에 이어 수도권, 지방 집값까지 급등한 데다 임대차법 개정 이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갭투자를 하기도 쉬워졌다”며 “강남 4구, 마·용·성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