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작년 7월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실제 거주하기 위해 주택을 매입했더라도 기존의 임차인이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해 계속 거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 새 주인은 나가달라고 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작년 7월 시행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규정하고 있는 계약갱신요구권의 적용범위에 대한 첫 판결로 알려졌다. 그러나 임차인과 임대인의 갈등을 확산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원지법 민사2단독 유현정 판사는 새 집주인인 김모씨 등 2명이 전세 세입자 박모씨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인 김씨 등은 2020년 8월 11일 당시 집주인이던 최모씨 등 2명과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11월 2일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 집에는 세입자 박씨가 주인 최씨 등에게 보증금 3억500만원에 2019년 2월 22일부터 2년 전세 계약을 맺고 살고 있던 상태였다. 집주인 최씨는 세입자 박씨에게 “만기 이전에 집을 알아보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매매계약을 체결한 지 한 달 정도 지난 9월 20일 세입자인 박씨는 당시 주인 최씨에게 “형편이 여의치 않아 전세계약을 연장했으면 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이에 대해 주인 최씨는 “매매계약이 됐으니 새 주인과의 관계이고, 새 주인이 세입자가 안 나간다고 하니 당황스러워 한다”고 답장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세입자 박씨는 “우리도 사정이 어려워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겠다”며 거절했다.

결국 새 주인 김씨 등은 작년 10월, 11월 세입자 박씨에게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또 전세 만기인 올해 2월 21일이 되면 보증금을 돌려받고 나가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새 주인인 김씨 등은 “실거주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수한다고 반복해서 알렸고, 세입자도 계약기간 만료 이후 이사를 가겠다는 의사를 표시해 믿고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했다”고 밝혔다. 또 “세입자인 박씨가 의사를 번복해 계약갱신을 요구했으나 실제 거주할 것이므로 거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우선 세입자 박씨가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알고도 퇴거에 합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매매계약이 체결된 시점이 개정 법률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계약갱신 요구가 가능한 시기(임대차 계약 만기 6개월 전∼2개월 전) 이전이었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법원은 개정 법률의 취지에 비추어 새 주인인 김씨가 세입자 박씨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 판사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은 임차인이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을 안정적으로 연장해 주거권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임차인이 자신의 계약갱신 요구권 행사 이후 임차목적물이 양도돼 그 양수인이 실제 거주를 이유로 이를 거절할 수 있다고 한다면 주거권 강화를 위한 개정 사유가 퇴색된다”고 밝혔다.

또 “임차인의 주거권 강화를 위한 갱신 조항의 도입 취지 등으로 볼 때 실제 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 거절 가능 여부는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요구할 당시의 임대인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세입자인 박씨는 새 주인 김씨 등이 소유권 이전 등기를 완료하기 이전에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했고, 당시의 임대인인 최씨 등에게는 계약갱신요구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계약갱신 관련 조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