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율이 5%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값이 급등하며 가격 인상분을 월세로 받는 경우가 많아졌고, 전·월세 보장 기간이 사실상 4년으로 늘면서 집주인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게 된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새 임대차법 시행 직후인 작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9개월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12만2398건이었다. 이 가운데 34.2%(4만1903건)가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 형태였다.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 9개월(2019년 11월~2020년 7월·28.4%)과 비교하면 월세 비율이 5.8%포인트 늘었고, 전세 비율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법 시행 전 아홉 달 가운데 월세 비율이 30%를 넘긴 건 딱 한 차례였지만, 법 시행 이후 9개월 중에선 월세 비율이 30% 밑으로 떨어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서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강남구는 새 임대차법 시행 전 9개월간 평균 32.9%이던 월세 비율이 임대차법 이후 38.2%로 증가했다. 강남은 자녀 교육을 위해 전세를 얻어 이사 오는 학군 수요가 많은 동네다. 비교적 저렴한 아파트가 많은 관악구·구로구 등의 월세 비율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관악구는 임대차법 전후로 월세 비율이 35%에서 39.2%로, 구로구는 29.6%에서 36.8%로 뛰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종부세 등 보유세가 증가하면서 월세를 받아 세금을 내려는 집주인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