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고점’ 경고를 내놓은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2년 9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고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부동산 투자자들의 고민이 커지게 됐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서 부동산 투자 수요가 줄기 마련이다. 전문가 전망은 “집값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조정될 수 있다”는 의견과 “여전히 저금리여서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작년 코로나 사태 후 이어진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재테크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는 점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로 집을 사거나 ‘빚투(빚내서 투자)’ 같은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할 시기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기에는 무조건 빚을 줄이고, 무리한 투자는 금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상승장 끝? 수익형 부동산 투자 유의해야
2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8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22% 올라 2018년 9월 셋째 주(0.26%)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값도 일주일 사이 0.4% 상승하며 6주 연속 역대 최고치를 이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아파트값 상승세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대출을 활용한 투자 수요가 감소하면 거래량이 더 줄면서 집값 상승세가 무뎌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금리 인상이 두세 차례 더 이어진다면 올해를 기점으로 ‘상승장’이 끝난다는 의미”라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주택 매수,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는 금물”이라며 “주택보다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 수요가 훨씬 타격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총괄이사는 “실물 경기 위축으로 임대료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르면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의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앞으로 대출이 더 어려워질 수 있으니 장기 거주할 실수요자라면 감당 가능한 범위 안에서 집을 사는 게 낫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이 무주택 세입자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대출이 많은 다주택자는 대부분 전세보다 월세를 놓고 있어서 금리 인상이 월셋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빚 줄이고 예·적금은 만기 짧게 운용해야”
기준금리 인상은 향후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새로운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현섭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팀장은 “지금 같은 시기엔 매월 일정 금액을 적금하듯이 성장이 예상되는 곳에 투자하면서 투자 시점을 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무리한 빚을 줄여 부채를 관리하면서, 주가가 단기 조정을 받을 때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해놔야 한다는 것이다.
예·적금의 경우 만기가 짧은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금리가 인상되면 예·적금 금리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만기가 6개월로 짧은 상품이나 만기를 한 달씩 연장할 수 있는 정기예금 상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문은진 하나은행 한남클럽원 PB부장은 “지금까지는 대출을 많이 받아 투자를 했을 텐데 이제부터는 현금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자산가들의 경우 수익이 난 투자처는 환매하면서 현금 비율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매가 언제든지 가능한 단기 채권형 펀드도 활용해볼 만하다”고 했다.
부득이하게 대출을 받을 때도 이자 조건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단순히 생각하면 금리 상승기엔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유리해 보이지만, 통상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기준 고정금리는 연 2.92%~4.42%, 변동금리는 연 2.69~4.12% 수준이다. 즉 금리 상승이 예상보다 더디면 오히려 고정금리가 불리할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