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시내 아파트와 주택 전경.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0.03%로, 최근 4주 연속 오름폭이 둔화됐다. /연합뉴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여파로 작년 연말부터 이어진 집값 조정이 새해 들어 더욱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서울 성동구나 광진구, 경기도 하남 같은 수도권 인기 주거지까지 집값 상승세가 멈추거나 하락 전환했고, 지방에서는 세종·대구에 이어 대전까지 집값 변동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서울 일부 아파트 단지에선 기존 최고가 대비 수억원 낮은 가격에 계약이 체결되면서 주택시장 분위기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하남·의정부·대전도 집값 꺾였다

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보다 0.03% 올랐다. 전주 대비 상승률이 0.01%포인트 줄었는데, 2019년 9월 16일(0.03%)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저 상승 폭이다. 서울(0.03%), 경기(0.02%), 인천(0.07%) 모두 상승폭이 축소됐다.

서울에서는 아파트값이 이미 하락 반전한 은평·도봉·강북구가 이번 주에도 0.01%씩 내렸고, 동대문·성동·광진·성북구는 변동률 0%로 집값 오름세가 꺾였다. 경기도에서는 하남(-0.07%)과 의정부(-0.02%)가 하락 지역으로 새로 편입했고, 시흥(-0.03%), 광명(-0.03%), 화성(-0.02%) 등에서도 내림세가 이어졌다. 안양과 수원 팔달구, 고양 일산서구는 보합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지난해 아파트값이 20% 안팎으로 급등했던 지역이다. 부동산원은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거래량이 급감한 가운데 급매물만 가끔씩 거래가 이뤄지는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에선 세종(-0.41%)과 대구(-0.05%)에서 집값 하락이 이어졌고, 대전도 0.06% 떨어져 하락 지역에 추가됐다. 대전 아파트값이 내린 것은 2019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전세시장 분위기도 달라졌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 주 0.02% 오르며 사실상 상승세가 멈췄다. 성북·금천구는 일주일 전보다 전셋값이 내렸고, 노원·은평·서대문구는 보합을 기록했다.

◇대치동 아파트 한 달 만에 3억원 내려

주택 매수 수요가 급감하며 ‘거래 절벽’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서울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이전 최고가보다 수억원씩 내린 실거래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계는 집을 빨리 팔아야 할 사정이 있는 ‘급매물’이 대다수인 것으로 보지만, 가격 하락 폭이 워낙 커 주변 아파트 단지 시세까지 끌어내리는 촉매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전용 128㎡는 작년 11월 역대 최고가인 41억4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한 달 뒤 38억2000만원으로 실거래가가 3억원 넘게 떨어졌다.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 리더스원’ 전용 84㎡는 지난달 26억원에 팔렸는데 최고가 대비 4억원 내린 가격이다.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노원구 공릉동 ‘공릉풍림아이원’ 등 강북 지역에서도 12월 들어 이전보다 1억~2억원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실거래 사례를 근거로 “집값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전 실거래가보다 수억원 저렴한 매물은 양도소득세를 줄이려는 일시적 2주택자가 내놓은 집이 많다고 한다. 서울에 집을 가진 1주택자가 다른 집을 취득하는 경우, 1년 이내에 기존 집을 처분하지 않으면 20%포인트의 중과세율이 부과된다. 대치동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일시적 2주택자 입장에서 기한을 놓치면 세금이 수억원 불어나기 때문에 호가를 대폭 후려쳐서라도 처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