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아파트 준(準)전세 거래가 2년 전에 비해 70% 가까이 급증하며 사상 처음으로 3만건을 돌파했다. 수억원을 보증금으로 예치하고도 매달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이상의 임차료를 내는 거래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공시가격 및 종합부동산세율 급등으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 집주인들이 세금을 월세로 전가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된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작년 서울 아파트 준전세 거래는 총 3만3086건이었다. 2011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첫 3만건대 기록이다. 전년(2만5821건) 대비 28.1%, 2년 전(1만9558건) 대비 69.2% 늘었다.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준전세의 비율도 2019년 10.8%에서 지난해 17.4%로 높아졌다.
월세를 낀 임대차 거래는 보증금 규모가 몇 달 치 월세냐에 따라 월세(12개월 미만), 준월세(12~240개월), 준전세(240개월 초과)로 나뉜다. 월세 100만원을 기준으로 보증금이 2억4000만원을 넘으면 준전세로 분류된다. 예컨대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는 전세 12억원, 준전세는 보증금 7억원에 월세 150만원 수준으로 매물이 나와 있다.
준전세가 급등한 주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보유세 부담’을 꼽는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이 평균 20% 급등하고, 종부세율도 최고 6%로 높아지자 늘어난 세금을 월세로 충당하려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세입자들이 먼저 준전세를 요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은행권 전세대출 금리는 3%대에서 5% 사이인 반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비율)은 4.1%다. 신용이 안 좋은 세입자라면 대출 이자보다 월세가 싸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