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 시장에서 ‘거래 절벽’이 심해지면서 매매·전세가격이 내림세를 보이지만, 서울 강북 지역을 포함해 경기도와 인천에서 고가 월세 거래가 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에다 다주택자의 ‘종부세 폭탄’이 현실화된 작년 말부터 전세의 월세화가 심해지고, 월세 가격도 치솟고 있다”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한다.
서울 서민 아파트 밀집 지역에선 보증금과 월세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청구3차’ 전용 84㎡는 지난 1월 보증금 4억원, 월세 15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같은 층 매물이 작년 4월 보증금 1억원, 월세 116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보증금 3억원을 더 내고도 월세가 30만원 이상 올랐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 ‘독산중앙하이츠빌’ 전용 84㎡는 작년 4월 보증금 2억5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이었지만, 올 1월엔 같은 보증금에 월세가 100만원으로 배(倍)가 됐다.
수도권에서도 수억원대 보증금에 월세를 200만원 가까이 내는 거래가 늘고 있다. 2월 경기도 용인시 ‘성복역롯데캐슬골드타운’ 전용 84㎡가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90만원에 계약됐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더샵퍼스트월드’ 전용 101㎡는 1월 보증금 2억원 월세 160만원에 거래됐다.
중형 면적(전용 95.9㎡) 이하 아파트의 월세 추이를 조사해 산출하는 KB아파트 월세지수는 지난 2월 110.7로 2015년 말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높았다. 전·월세 시장에서 암묵적으로 통하던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0만원’이라는 전환 공식도 깨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제는 보증금 1억원을 내리는 대신 월세를 45만~50만원 받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7일 발표한 ‘보유세 인상이 주택 임대료 상승에 미친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종합부동산세 등 주택 보유세의 급격한 인상이 임차인의 임대료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밝혔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집주인의 조세 전가와 시중 대출금리 상승으로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상승세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