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4월 말 끝나는 압구정동·여의도·목동·성수동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규제를 1년 연장할 전망이다. 작년 말부터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여파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였지만, 윤석열 당선인의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공약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값이 다시 들썩이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개발성 공약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장 과열을 막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재건축 과열 우려, 거래허가구역 연장 추진
17일 서울시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다음 달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4월 26일로 지정 기한이 끝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4곳의 재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대상 구역은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24개 단지와 영등포구 여의도 아파트 16개 단지,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 성동구 성수동 전략정비구역 등 재건축 아파트와 재개발 사업지가 밀집한 곳이다.
애초 서울 아파트 시장에선 윤석열 당선인이 안전진단이나 초과이익 환수제 같은 재건축 규제 완화를 강조했기 때문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복수의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다음 달 심의를 받는 압구정동 등 4곳은 재지정이 유력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는 데 시도 공감하지만, 개발 기대감으로 인한 집값 상승을 막는 것이 더 급하다는 의견이 중론”이라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시행하는 규제책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집을 사고팔 때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세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집이나 상가를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 갭 투자자 같은 투자 수요 유입을 차단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매수 수요가 끊기며 거래가 급감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작년 4월 27일부터 올해 2월 말까지 거래량이 107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779건)보다 거래가 82.3% 줄었다. 2020년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된 송파구 잠실동은 1년 동안 거래량이 363건에 그쳐 직전 1년(1336건)보다 73.4% 줄었다.
◇규제 지역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 반발
대선 이후 강남구와 노원구, 양천구 같은 재건축 밀집 지역과 분당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일부 지역에선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呼價)가 소폭 오르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윤석열 당선인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6월 지방선거 전까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본격적으로 완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윤 당선인 입장에서 정권 초기 집값이 들썩이는 게 부담스럽고, 오 시장도 재선을 위해 가급적 주택시장 안정 국면을 유지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역에선 “재산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주민 반발이 나오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기존 세입자가 있는 집도 실거주자에게만 팔 수 있는데, 세입자의 ‘2+2년 거주’를 보장하는 임대차법 개정으로 집을 팔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상가는 기본 임대차 기간이 10년이어서 사실상 처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거래허가제가 투기 수요를 막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해당 지역 부동산 소유주는 과도한 규제로 느낄 수 있다”며 “집값 추이를 면밀히 살피면서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급격한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규제 완화 시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