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값 하락 폭이 일주일 만에 다시 커졌다. 13일 한국은행의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단행이 시장에 예고된 영향으로 보인다. 서민 밀집 주거지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은 물론, 강남·송파·용산구 같은 인기 지역도 줄줄이 내림세다. 작년 8월부터 6차례 기준금리가 오른 가운데, 과거에 금리 인상 후 1년 정도 지나고서 집값이 본격적으로 떨어졌다는 내용의 국책 연구 기관 분석도 나왔다. 올 하반기 집값 하락세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뜻이다.
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일주일 전보다 0.04% 내렸다. 7주 연속 하락이며, 지난주(-0.03%)보다 폭도 커졌다. 수도권 아파트 값 하락 폭 역시 0.04%에서 0.05%로 늘어났다.
노원(-0.1%), 도봉(-0.1%), 강북(-0.09%) 등 외곽 지역이 서울 아파트 값 하락을 주도한 가운데, 대통령실 이전 호재로 집값이 반짝 상승했던 용산구도 이번 주 0.01% 떨어지며 16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강남구는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아파트 값이 0.01% 하락했고 송파구는 하락 폭이 0.02%에서 0.03%로 커졌다. 서초구(0.02% 상승)를 제외한 서울 모든 지역이 내렸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빅 스텝 우려로 서울에서 매물이 계속 쌓이고 매수 수요는 여전히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연구원은 지난 9일 보고서를 통해 “과거 기준금리 상승기에는 금리 인상 때부터 12~15개월이 지난 후 유의미한 집값 하락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코로나 확산 후 장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던 한국은행이 작년 8월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으니, 과거와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고 가정하면, 다음 달부터 집값 하락이 본격화할 수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금까지 금리 인상이 주택 수요를 줄이고 집값 상승을 억누르는 수준의 효과를 냈지만,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르면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킨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집을 처분하면서 가격 하락 폭이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