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가총액 상위 50대 아파트 매매 가격이 2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실제 서울 강남권 일부 단지는 직전 최고가 대비 수억 원씩 내려간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금리 인상과 경기 불안 등의 여파로 주택 수요가 급감하면서 ‘똘똘한 한 채’로 통하는 인기 아파트 가격도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동향 자료에 따르면, ‘KB선도아파트50′ 지수는 이번 달 0.72% 하락했다. 2020년 4월(-0.91%)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지난달 0.23% 떨어지며 2년 2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데 이어 한 달 만에 낙폭이 3배로 확대된 것이다. 이달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이 0.23%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선도아파트 하락세가 전체 평균보다 훨씬 가파른 셈이다.

선도아파트50 지수는 전국 아파트 중 시가총액(세대수와 가격을 곱한 것) 상위 50개 단지를 매년 선정해 가격을 지수화한 것이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부산 수영구 삼익비치 등 주요 신축 및 재건축 단지들이 포함된다.

최근 강남권에선 선도아파트 지수에 포함된 아파트들이 직전 대비 수억 원씩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는 지난달 24억원에 팔리며 작년 11월 기록한 최고가(26억3500만원)보다 2억원 넘게 떨어졌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34㎡는 지난 5월 49억4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달에는 42억3000만원으로 7억원 이상 떨어졌다. 두 집은 동(棟)이나 층도 비슷하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집값 대세 하락이 시작되고 수요가 사라지면 강남 등 인기 지역 아파트도 영향을 피할 수 없다”며 “금리나 환율 등 거시 경제 변수에 따라 앞으로 하락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