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돼있다./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이 민간 통계에서도 3년 7개월 만에 수요자 우위로 돌아섰다.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보다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최근 전세 매물은 계속 늘어나는데 전세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수요는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8일 KB국민은행 월간동향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3.3으로 8월(108.9)보다 15.7포인트 떨어졌다. 수도권 전세수급지수 역시 전월 대비 12.2포인트 하락한 91.3을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가 100보다 낮을수록 공급 대비 수요가 적다는 의미다. 서울 전세수급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았던 2019년 2월(87.6) 이후 처음이다. 임대차법 개정으로 ‘전세 품귀’가 극심했던 2020년 11월에는 이 지수가 192.3까지 치솟기도 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9805건으로 한 달 전보다 15.3% 늘었다. 임대차법 개정 직전인 2020년 7월 26일(3만9894건) 이후 가장 많다. 서울 성동구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아파트 매매 거래가 끊기면서 처분을 포기한 집주인들이 전세로 내놓으면서 매물은 계속 쌓이는데, 수요자들은 금리 부담에 전세보다 월세나 반전세를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전세 수요가 둔화하면서 전셋값이 계속 떨어지면 계약 만기 시점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