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과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셋값 약세가 이어지며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이 10년8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5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2%로 전월(52.9%)보다 0.9%포인트 떨어졌다. 2012년 5월(51.9%) 이후 가장 낮다. 전세가율이 52%라는 건 매매가격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전세로 구하기 위해 보증금으로 5억2000만원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만 해도 73%에 달했다. 2010년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장기간 횡보하면서 전세 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집값이 급등하면서 전세가율은 떨어지기 시작해 임대차법 개정 직전인 2020년 7월에는 53.8%를 기록했다가, 임대차법 개정으로 전셋값이 오르며 전세가율도 반등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침체로 전셋값이 다시 하락하면서 3개월 연속 떨어졌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998년 5월(-6.74%) 이후 최대 폭인 3.98% 떨어졌다.
전세가율은 매매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로 꼽힌다. 전세 끼고 집을 사려는 수요자 입장에서 전세가율이 너무 낮으면 초기 비용이 커져 매수 의사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반대로 전세가율이 높으면 ‘갭 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다.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전세가율이 더 떨어진 데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 집값이 바닥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난달 서울 규제지역 해제 이후 집값 하락세가 진정되고 있지만,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상 집값 회복은 시기상조”라며 “주택 매수를 고민 중인 수요자라면 전세가율이 어느 정도 회복된 후에 움직여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