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 신도시의 모습./오종찬 기자

앞으로 1기 신도시를 비롯한 전국 노후 택지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는 용적률이 완화되고 일정 요건을 갖추면 안전진단도 면제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건축, 교통, 환경 등으로 나뉘어있던 각종 심의 절차가 통합된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골자를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1기 신도시 재정비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로, 정부는 작년부터 관련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특별법에 담길 내용을 논의해왔다. 오는 9일 열리는 국토부 장관과 1기 신도시 지자체장의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이달 중 법안을 최종 발의할 예정이다. 특별법 처리와 함께 내년 중 시범 사업지구의 구체적 개발계획을 담은 마스터플랜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특별법이 적용되는 ‘노후계획도시’의 범위를 ‘택지조성사업 완료 이후 20년 이상 경과한 100만㎡ 이상의 택지’로 정했다. 통상 신도시는 330만㎡를 기준으로 하는데, 적용 대상 범위를 넓힌 것이다. 1기 신도시만 규제 완화 혜택을 보면서 역차별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수도권 1기 신도시 5곳(분당·일산·산본·중동·평촌)을 비롯해 비슷한 시기에 전국적으로 만들어진 택지지구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단일 택지 기준으로 면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인접한 택지들을 묶어서 특별법을 적용받을 수 있다.

정부는 통상 재건축 판단에 사용되는 시설물 노후도 기준인 30년보다 짧은 20년을 특별법의 기준으로 삼아 도시가 노후화되기 이전에 체계적인 계획 수립이 가능하도록 했다.

정부는 신도시 재정비 사업의 권한을 기본적으로 지자체장에 대폭 이관해 사업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시장·군수 등 지자체장이 ‘노후계획도시 특별정비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특별정비구역 내에서 진행되는 모든 정비사업에는 통합심의 절차를 적용해 보다 신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각종 특례도 적용된다.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되고, 업무시설이나 대규모 기반시설과 같은 공공성 있는 시설을 개발 계획에 포함하는 경우 안전진단을 아예 면제하기로 했다. 또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용적률 규제는 종상향 수준으로 완화하고, 용도지역도 지역 여건에 따라 변경 가능하도록 규정을 마련했다. 1기 신도시들 대부분 1~3종 일반주거지역인데, 종상향 수준으로 규제가 완화된다면 현행 최대 300%(3종 주거)인 용적률이 준주거지역(최대 500%) 수준으로 완화될 수 있다.

기존 용적률이 높아서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들을 위해 리모델링 관련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 리모델링 사업은 세대수 증가를 15%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를 더 늘릴 수 있도록 시행령에서 규정하기로 했다. 예컨대 100가구를 리모델할 때 일반분양은 15가구가 최대였는데 이를 더 늘려줘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다.

1기 신도시는 5년 사이 주택 공급이 대부분 이뤄져 재건축 시기가 일시에 도래하므로 체계적인 이주 대책이 없으면 주변 전월세 시장을 자극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 이에 특별법은 이주대책 수립을 지자체가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규정했다. 3기 신도시 등 신규 택지들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특별정비구역에 각종 특례가 집중되는 만큼, 초과 이익을 일부 환수해 지역 간 형평성 확보에 필요한 기반시설 재투자 재원 등으로 활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