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의 올해 해외 수주 규모가 2006년 이후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올해 해외 수주 목표액(350억달러)을 지난해 대비 50억달러 상향했으나, 현재 속도로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1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월부터 이날까지 해외 건설 누적 수주액은 87억383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06억1294만달러) 대비 17.6% 적고, 2006년(69억2031만달러) 이후 17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연간 목표 달성은 물론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300억달러 연속 수주 기록을 유지하기도 힘겨운 상황이다.
대우건설의 ‘나이지리아 카두나 정유시설’(5억9818만달러) 정도가 올해 상반기 거둔 수확으로 꼽힌다. 특히 2분기 들어서는 수주 실적이 거의 전무하다. 원자잿값 상승, 고금리 등의 여파로 기업들이 해외 수주에 몸을 사리게 된 측면도 크다. 원화 가치가 낮아 지금 계약을 체결했다가 향후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 2000년대 중반 중동 플랜트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출혈경쟁을 벌이다가 큰 손실을 봤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수주의 양보다는 질을 따지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도 영향을 미쳤다. 공사비 부담이 커져 발주처가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공사입찰 일정을 늦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가 70달러선을 하회하면서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의 프로젝트 발주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기준 WTI(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68.53달러로, 1년 전(120.93달러)과 비교해 반토막 수준으로 폭락했다.
다만 현대건설이 50억 달러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 수주를 앞두고 있어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낙관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 수주는 계약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하반기 네옴시티 프로젝트처럼 굵직한 사업이 한두 개만 터져도 목표 실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다만 시장 환경이 좋지 않아 내실 있는 선별적 수주가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