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 3구역’이 사업 초기 단계인 설계 업체 선정에서부터 잡음이 나고 있다. 조합이 선정한 업체를 두고 서울시가 연일 “지침 위반으로 무효”라며 재선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합원들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파트 재건축에서 설계 업체와 시공사 선정 권한은 조합에 있다. 다만 압구정동처럼 특정 지역에 대해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경우, 지자체가 용적률을 제한할 수 있다. 이번에 서울시는 자신들이 정한 용적률 규정을 공모 과정에서 설계업체가 위반했다며 문제를 삼은 것이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 조합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최근 설계업체 선정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영상을 제작해서 배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행정 경험이 있는 조합원들의 자문을 거쳐 절차적 하자가 없음을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7일 조합에 대해 “설계 업체 선정 과정을 소명하고 재선정에 나서라”고 압박했다. 아직 조합의 공식 입장은 없지만, 내부적으로 서울시에 대한 반발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과 서울시의 갈등은 설계 업체가 제시한 용적률 문제로 촉발됐다. 서울시는 압구정3구역 재건축을 행정 절차를 간소화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방식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용적률 상한선을 300%로 했다. 그런데 조합의 설계 공모에 입찰한 ‘희림’은 용적률 360%를 적용한 설계안을 제안했다. 친환경 건축 등에 따른 인센티브를 적용할 경우, 360%까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공모 지침을 어겼다’며 지난 11일 희림을 사기미수 혐의로 경찰에 고발까지 했다. 결국 희림은 서울시 입장을 감안해 용적률을 300%로 낮춘 수정안을 제시했고, 지난 15일 조합 총회에서 최종 선정됐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공모 과정에서 지침을 어긴 설계 업체 선정은 무효”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정비법에 따라 시는 재건축 사업의 진행과정을 감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미 50층 안팎 초고층 아파트를 짓고 올림픽대로 위 공원을 만들어 이 지역을 한강변 랜드마크로 만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조합이 접점을 못 찾을 경우, 압구정3구역이 신통기획에서 제외돼 사업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압구정3구역은 총 5800가구로 2~5구역 중 규모가 가장 크다”며 “3구역 사업이 지연되면 다른 단지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