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에 이어 정부가 무량판 구조로 된 민간 아파트 300여 곳 주차장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에선 “과연 우리 아파트는 안전한가”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차장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상층부에 있는 아파트까지 위험해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설계 전문가들은 “아파트와 지하 주차장은 완전히 다른 공법으로, 분리된 공간에 시공되기 때문에 지하 주차장의 부실시공이 아파트 안전 문제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흔히 사람들은 거주하는 아파트 건물 바로 밑에 주차장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주차장이 붕괴된 검단 아파트를 포함해 철근 누락이 확인된 LH 아파트 모두 지하 주차장은 무량판 방식으로 시공됐다. 하지만 아파트 건물은 지하 최저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벽식으로 지어졌다. 지하 주차장은 그 아파트 동(棟)들 사이 빈 공간에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천장을 얹어 만들어진다. LH 관계자는 “정부의 점검 대상이던 91개 단지 어느 곳에서도 아파트 건물이 무량판 방식으로 시공된 곳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건설되는 민간 아파트의 경우 지하 주차장은 무량판으로 설계하더라도, 지상으로 이어지는 최상층부는 무량판 대신 벽식 구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주차장 바로 위에 화단이나 놀이터 같은 시설이 들어서는 경우가 많아, 하중을 더 잘 견디는 벽식 구조를 채택하는 것이다.
다만, 국토교통부가 전수 조사를 예고한 민간 아파트 단지 300여 곳 중 일부는 주민이 거주하는 아파트 건물에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됐다. 하지만 이 역시 아파트 가구 내부 전체를 무량판 방식으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벽식과 무량판이 섞인 혼합 구조가 대부분이라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박성준 대한건축사협회 부회장은 “설사 무량판 구조가 주택에 적용된다 하더라도 주차장처럼 넓은 면적이 아니어서 하중이 적고, 자동차처럼 무거운 물체가 그 위에 올라가지도 않는다”며 “무량판 구조 때문에 아파트 건물이 무너질 위험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