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여파로 건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도심 재건축·재개발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건설사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일이 드물어졌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다수의 건설사가 경쟁하고, 경쟁사를 헐뜯는 비방전을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했는데, 최근엔 경쟁 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자재값이 다시 내려가거나, 치솟은 공사비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을 정도로 분양가가 오르지 않는 한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되살아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건설사 중 올해 1~3월 중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1건 이상이라도 수주한 기업은 3곳뿐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1월 1조3274억원 규모의 부산 촉진 2-1구역 재개발 사업을 따냈다. 포스코이앤씨는 이어 경기도 고양 별빛마을8단지 리모델링 사업과 서울 송파구 가락미륭아파트 재건축 등 총 2조3321억원의 수주를 기록하며 올해 가장 많은 일감을 따냈다. 이어 현대건설이 경기 성남시 중2구역,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 등 1조4522억원 규모 수주고를 올렸다. SK에코플랜트는 서울 강북구 미아11구역(2151억원)을 수주했다. 10대 건설사 중 이들 3개 업체를 뺀 나머지는 올해 정비 사업 수주가 ‘제로(0)’다.
한강 변 알짜 재개발 사업지도 건설사들의 관심이 예전보다 눈에 띄게 시들해졌다.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중 가장 입지가 좋은 곳으로 평가받는 한남5구역은 최근 건설사 대상 간담회를 열었는데 10대 건설사 중 DL이앤씨, 현대건설 등 5사만 참석했다. 통상 이 정도 규모 사업장의 사전 설명회엔 주요 건설사들이 모두 참석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시공 순위 상위권 건설사들이 절반이나 빠진 것이다. 동작구 노량진뉴타운 내 최대 사업장인 노량진1구역 역시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됐지만 포스코이앤씨만 단독 입찰해 결국 수의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 역시 대우건설만 참여했고, 송파구 삼환가락아파트 재건축도 DL이앤씨만 참여해 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 불황이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오랜 기간 공들여온 사업지가 아니라면 지금 시점에 굳이 비용을 들여가면서 수주전에 뛰어들 이유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