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건설 기업들의 해외 수주 실적이 371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누적 수주액은 1조9억달러로, 1965년 첫 수주 이후 59년 만에 1조 달러를 넘었다. 수출·수주 분야에서 1조 달러를 돌파한 건 반도체·자동차 이후 세 번째다.
9일 국토교통부는 2024년 해외건설 수주실적 집계한 결과, 371억1000만달러를 수주해 누적 1조 9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54개 건설 기업이 101국에서 605건 사업을 수주한 결과다. 2023년 333억 달러와 비교해 11.4% 늘었다. 연간 수주액으론 2016년 이후 8년 만에 최대치다. 국토부는 “지난해 세계적인 경기 둔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동 무력 충돌 등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에서도 건설 외교, 민·관협력 등이 성과를 냈다”고 했다.
1965년 현대건설이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 수주에 성공한 이후 59년 만에 1조 달러를 달성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에는 우리 기업들이 전통적인 건설 산업의 틀을 넘어 도시개발, 철도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 중이다. 앞으로도 적극 지원해 K도시, K철도, 투자개발사업 등을 통한 해외건설 2조 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중동에서 북미·유럽으로 확장, 투자개발사업 역대 최대 실적
우리 기업들은 초창기 중동·아시아 지역에 주로 진출했으나 점차 영역을 넓혀가는 추세다. 최근 3년간 실적을 보면, 북미·태평양(19.3%), 유럽(10.4%) 등 선진국으로 진출이 늘고 있다.
공사 분야별로는 1990년대까지 토목·건축 분야가 주를 이뤘지만 이후엔 플랜트 등 산업 설비 분야와 엔지니어링 등 용역 분야로도 진출하고 있다. 사업 유형도 다양화돼, 초기 단순 도급사업 중심으로 수주했던 것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투자개발사업 실적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투자개발사업은 전년의 3.5배 수준인 51.7억 달러(전체의 13.9%)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역대 수주 1위 국가는 사우디, 기업은 현대건설
지난해까지 가장 수주 실적이 좋았던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로 1776억달러(17.7%)였다. UAE(845억달러), 쿠웨이트(489억달러), 싱가포르(482억달러)가 뒤를 이었다. 최근 3년만 보면 사우디아라비아(249억달러), 미국(172억달러), 카타르(65억달러) 순이다.
기업별로는 현대건설이 1455억달러(14.5%)로 가장 수주 실적이 좋았다. 다음으론 삼성물산(924억달러), 삼성E&A(898억달러), 현대엔지니어링(731억달러), GS건설(715억달러) 순이다. 최근 3년 기준으로는 삼성E&A(181억달러), 삼성물산(174억달러), 현대엔지니어링(158억달러) 순이다.
단일 공사 기준으로 역대 수주 실적 1위는 191억달러를 기록한 2009년 UAE 원자력 발전소 수주 건이었다. 2위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80억달러), 3위는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73억달러) 공사였다.
국토부에 따르면 한국은 2012년부터 건설수지 세계 1~2위권을 기록 중이다. 국토부는 “해외 건설이 꾸준히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해왔고, 기여 정도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실제 2023년 기준 세계 20대 경상수지 국가 중 한국은 경상수지 대비 건설수지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13%)다. 20대 경제 대국 중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수지 비율도 0.24%로 가장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