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탄핵 정국이 맞물리면서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주택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주택 매수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탓에 거래가 부진하고, 가격 내림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분위기다.

1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494건으로 연중 최저치다. 아직 신고 기간이 보름 정도 남아있지만, 최고치를 찍은 7월 거래량(9216건)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12월 경기도 아파트 거래량도 5357건에 불과해 연중 가장 적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첫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수급 지수는 97로 12주 연속 내림세다. 수도권 매매 수급 지수도 95.4에 그쳤다. 이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시장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서울 성동구의 한 공인 중개업소 대표는 “매물이 쌓여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니 사정이 급한 집주인은 계속 호가를 내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거래 부진으로 호가가 내리면서 실거래가도 영향을 받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공개한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 금액은 9억9518만원이다. 한 달 전(11억3177만원)보다 12% 내렸다. 실거래가 하락은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서울 외곽 지역에서 더 두드러진다. 집값이 비싼 강남권에선 호가를 1억~2억원씩 내린 매물이 나오고 있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서민 주거 지역에선 대출 규제 영향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됐고, 최근 어수선한 정국 때문에 소위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까지 줄어든 영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