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약 2조원 감소하며 1조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건설이 영업 적자를 낸 것은 2001년 이후 23년 만이다. 현대건설은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 해외 영업장에서 대규모 손실이 반영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부동산 경기 불황과 공사 원가 상승, 해외 사업의 수익성 부진 등이 겹치면서 건설업계에 ‘실적 쇼크’가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1조2209억원으로, 전년(영업이익 7854억원)과 비교해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22일 공시했다. 연간 매출은 32조6944억원으로 전년(29조6514억원)보다 10.3% 증가했다.
현대건설은 대규모 영업손실에 대해 고환율 및 원자재 가격 상승 기조와 함께 연결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해외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비용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전 사업장 등에서 공사 원가 급등과 공기 지연, 설계 변경 등에 따른 1조원 넘는 손실이 4분기에 반영됐다”고 했다.
실적 발표를 앞둔 다른 대형 건설사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우건설 작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3450억원으로 전년보다 47.9%, DL이앤씨는 2710억원으로 같은 기간 18.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이날 실적을 발표한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1조10억원)이 전년 대비 3.2% 감소한 것으로 집계돼 불황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건설사들은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요인으로 원가 상승을 꼽는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몇 년 전 서울 아파트 공사비가 평당 500만~600만원대였는데, 지금은 1000만원 안팎”이라며 “그때 수주한 공사들이 아직 진행 중이라 (공사비 상승) 차액만큼 손실로 잡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