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서울시가 강남권 핵심 지역인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해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이에 강남권 집값이 본격적으로 상승 기류를 타게 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잠실동 아파트 모습. 2025.02.20. bjko@newsis.com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서 부동산 규제를 풀었더니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집값까지 들썩이고 있다. 서울시가 이달 토지 거래 허가 구역을 해제하자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들썩이던 아파트값 상승세가 다른 지역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강북의 인기 주거지인 마포·용산·성동구, 강남 3구와 인접한 강동구 등 토지 거래 허가 구역 해제의 수혜를 받지 않는 지역에서도 일제히 아파트값 오름 폭이 커지고 있다. 요란한 음악의 악대차를 뒤쫓아가는 사람들의 행렬처럼 강남권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리자 인근 지역까지도 수요가 생기면서 덩달아 가격이 오르는 ‘밴드 왜건 효과(band wagon effect)’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1주일 만에 0.11% 올라 전주(0.06% 상승)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1월까지 4주 연속 보합(0%)을 유지했는데, 2월 들어 0.02% 오르더니 상승 폭이 0.11%까지 확대됐다.

서울 25구 중 송파구가 0.58%로 가장 많이 올랐고, 강남구(0.38%)가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은 규제가 풀린 잠실과 삼성·대치동 일대에서 호가(呼價)가 급등하고 매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강남 3구로 묶이는 서초구(0.25%)도 가격 상승 폭이 커졌다.

이들 지역을 제외하고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성동구(0.1%)였다. 성동구는 지난주(0.01%) 대비 상승 폭이 10배가 됐다. 마포·광진·강동구는 각각 0.09%씩, 용산구도 0.08% 올랐다. 서울에서 강남 3구 다음으로 아파트값이 비싸고 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형적인 밴드 왜건 효과가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꼬리 물기’처럼 수요가 수요를 불러오는 것”이라고 했다. 가격 상승 요인(토지 거래 허가 구역 해제)이 생긴 강남권 아파트값이 먼저 뛰고, 비싼 강남권 아파트를 사기 어려운 다른 수요자들이 마용성 주요 단지로 관심을 옮기면서 가격이 뛴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에는 최선호 지역에서 차순위 인기 지역으로 가격 상승세가 옮겨가는 시차가 이전보다 짧은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