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이후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것은 서울 강남 등 상급지 주택 시장에 매수 대기 수요와 자금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지역을 확대해 재지정했지만 이러한 대기 수요 때문에 선호 지역 편중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산하 부동산정책연구원의 신광문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28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분석하고 “주택 시장의 투자자금이 정부의 정책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핀셋 규제를 잘 써야 한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2006년 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을 전공한 이후 기업과 연구소에서 도시계획 연구와 부동산 시장 동향 분석을 해왔다. 2020년 부동산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22년에 신설된 부동산정책연구원에 합류했다.

신광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동산정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강남 등 상급지 주택은 매수 대기 수요가 많아 길게 보면 토지거래허가제 재지정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김기훈 기자

―현재 하고 있는 일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가입한 전국의 공인중개사 11만명 중 약 7만명은 협회가 만든 부동산거래계약서 작성 플랫폼 ‘한방’을 사용해 거래계약서를 작성한다. 이 거래계약 데이터를 분석해 시장 동향을 추적하고 관련 지수를 만드는 일이 주업무이다. 한국부동산원에서 공인중개사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기초로 주간 데이터를 신속하게 발표하지만, 우리 지표는 실제 거래계약을 기초로 한다.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하는 실거래가 통계보다 길게는 한달 정도 더 빠르게 시장 동향을 분석할 수 있다.”

―실거래가 분석의 장점은?

“실거래가 분석을 해보면 시장 심리가 이미 체결된 실거래가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컨대 한 두건의 상승 계약에는 잠잠하던 시장 심리가 수십건의 상승 계약이 나오면 급격히 달아오르면서 집값 상승세를 가속화한다. 그래서 설문조사에 의한 시장 심리 분석보다는 신속한 실거래가 분석이 시장 흐름을 추적하는데 더 중요하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3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 동안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 아파트 2200개 단지, 40만가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했다. 사진은 지난 3월 23일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뉴스1

―주택 시장 동향은?

“지난 2013년 이후 전국 아파트 계약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2020년 5월 코로나 사태 당시 돈이 급격히 풀리면서 전국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다. 이후 2021년 10월에 정점을 찍고 급락하기 시작하다가 2023년 1월에 바닥을 치고 다시 급격히 올랐다. 두 번째 상승기에는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가 있었다. 이후 전국의 아파트 가격은 지방 부동산 침체의 영향으로 약간 오르다 보합세를 유지한 반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빠른 속도의 상승세를 유지했다. 주택 시장의 자금이 지방을 기피하고 서울의 일부 선호 지역에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의 상승세가 견조한데도 일시적으로 주춤하자 서울시가 흐름이 꺾였다고 오판하면서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 한달만에 재지정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 동향은?

“작년 4분기에 보합세를 보이다가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바람을 타고 올해 1월과 2월에 급등했다.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달보다 2.3% 올랐는데, 상승률이 ‘제2의 영끌’(영혼까지 담보로 잡히고 대출을 받아 집을 삼)을 걱정하던 작년 8월 이후 가장 높았다. 서초구가 전달보다 2.5%, 강남구가 2.2%, 강동구가 2.4% 상승했다. 광진구와 성동구도 2.0% 각각 상승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21개 구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다. 서울 강남 지역과 가까운 경기도 과천과 하남 지역 아파트 가격도 많이 올랐다.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전후에 서울 주택 가격 상승이 광범위하게 확산된 것은 ‘지금 안사면 늦는다’는 조급함이 시장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토허제 재지정 이후 집값 잡힐까?

“2023년 가격이 급락할 때 시장 원리에 의한 자연스러운 하락이 이어졌어야 하는데, 정부가 섣불리 부양책을 쓴 바람에 아직 거품이 빠지지 않고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 정부가 나서 가격 하락을 막아준다는 믿음이 시장에 형성됐다. 이번 토허제 사태로 주택 가격의 바닥을 기다리는 매수 대기 수요와 자금이 그만큼 많다는 점이 증명됐는데, 그 바탕에는 정부 부양책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정책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부양책에 대한 믿음이 지속되는 한 주택 시장 대기 수요는 토허제 재지정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다. 선호 지역의 주택 가격은 소폭 하락하거나 보합세를 보이다가 장기적으로는 상승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 시장 전반에 온기가 오는 시점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렵다고 본다. 서울 일부 지역의 가격은 오르겠지만 서울 외곽 지역과 지방의 주택 가격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오를 요인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 가격이 수요자가 원하는 매력적인 수준으로 내려와야 전반적인 매수세가 살아날 것이다. 그 때까지는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참고 견뎌야 한다. 정부가 무리한 정책 대출 확대나 토지거래허가제 같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시장을 자극하고 떠받치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어 장기적으로 부작용만 커지게 된다. 정부는 가능한 한 시장이 자연스레 구조조정을 하도록 맡겨야 하고 꼭 필요한 사항은 꼭 찝어서 핀셋 규제를 해야 한다. 경기가 회복되면 부동산 시장도 자연스레 살아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의 일부 선호지역 아파트의 경우 여전히 매수 대기 수요가 많다는 사실을 오판하는 바람에 토지거래허가제를 풀었다가 불과 한달만에 다시 지정하게 됐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오 시장이 지난 3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꼭 해야 하는 규제라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더라도 주택 쪽으로 안가도록 해야 한다. 주택 부문의 대출을 제한하고 금리 인하 폭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세제 정책도 보완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정부 입장이 일리가 있다고 본다.”

―공인중개사들은 어떻게 보고 있나?

“서울 일부 지역에서 주택 경기가 좋기는 하지만, 전국적으로는 가격 상승에 비해 거래량이 많지 않아서 침체된 상황이라고 한다. 서울도 올해에는 주택 시장이 부진할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이다. 2020년 5월 코로나 사태 당시에는 주택 가격이 너무 올라 공인중개사 사이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이번 토허제 사태의 경우에는 크게 경계하는 목소리가 없다.”

공인중개사들은 서울 아파트 가격이 일부 선호 지역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는 내년 상반기까지 부진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23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연합뉴스

―개인투자자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나?

“실거주 입장에서 보면 주택의 가격 변동을 쫓기보다는 관심 지역의 주택이 합리적 가격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택 가격이 급등 전인 2020년 초에 어느 정도 근접했다면 합리적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주택의 구매 시기보다는 주택 가격을 중요한 매수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투자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아파트 가격 상승 여력이 있고 합리적 가격대에 근접한 세종시를 우선 검토해볼만 하다. 경제적 여유가 있고 투자가 주목적이라면 결국 강남 3구가 좋은 대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