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앞으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없거나 단지 조경 시설이 부족해 주민이 겪는 불편 사항이 재건축 진단에 반영된다. 재개발 추진 시 30년 넘는 노후·불량 건축물을 산정할 때 무허가 건물도 포함하도록 정비구역 지정 요건도 완화된다.

17일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을 포함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더 합리적으로 추진되도록 제도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재건축진단 기준’ 등 개정안을 18일부터 40일간 입법 예고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안전 진단은 앞으로 ‘재건축 진단’으로 명칭이 바뀐다. 재건축 진단은 사업시행 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되도록 했다. 재건축 진단 없이 조합 설립, 정비사업 인가 등을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른바 ‘재건축 패스트트랙’의 일환으로, 이를 통해 재건축 소요 기간을 3년가량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단지에 재건축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재건축 진단 세부 기준도 변경된다. 진단 항목 중 주거환경 분야에 주민공동시설, 지하 주차장, 녹지환경, 승강기, 환기설비, 대피공간, 단지 안전시설 등 7개 평가 항목을 신설했다. 주민이 불편을 느끼는 진단 항목을 늘려 진단 등급이 낮게 나올 가능성을 키운 것이다.

예를 들어 지하 주차장이 없어 입주민이 단지를 걸을 때 주차 차량 때문에 불편을 겪는 경우, 주민공동시설이나 조경 시설이 부족해 쾌적한 실외 활동이 어려운 경우, 엘리베이터가 좁은데 확장 공사가 불가능한 경우에 불편 정도가 진단 결과에 반영된다.

국토부는 주거환경 분야 평가 항목이 확대됨에 따라 이 분야 평가 가중치를 기존 30%에서 40%로 늘리기로 했다. 대신 비용분석 항목은 가중치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구조안전, 주거환경, 설비노후도, 비용분석 분야의 가중치가 3:3:3:1인데, 이를 3:4:3(구조안전:주거환경:설비노후도) 가중치로 변경하는 것이다. 다만, 주민 요청에 따라 기존의 3:3:3:1 가중치를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 밖에 조합이 재건축 진단을 통과하지 못해 사업시행 인가 전 다시 진단을 받아야 하는 경우, 3년 내 작성된 기존의 진단 결과 보고서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된다.

재개발 사업의 경우 앞으로 무허가 건축물도 노후도 산정에 포함하기로 했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려면 구역 내 노후·불량 건축물(30년 이상 경과)이 전체의 60% 이상 돼야 하는데, 기존에는 무허가 건물이 산정에서 제외돼 재개발 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1989년 1월 24일 이전에 지어진 무허가 건축물이 대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토지보상법, 공공주택 특별법에서 보상 대상으로 규정한 무허가 건축물의 기준을 따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