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시가 한 달 여만에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토허제) 재지정을 넘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전역으로 규제를 확대하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현상은 '풍선효과'다. 강남권에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막히자 투자 수요가 인근 지역으로 번지면서 마포·성동 등의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지게 됐다.
■ 자취 감추는 저가 매물, 마포 대단지 하루에만 4채 팔렸다
정부 발표 이후 마포·성동·흑석 등 인근 지역에서는 집값 상승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지역 주요 단지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저가 매물이 줄줄이 소진되고, 신고가 기록을 세우고 있다.
성동구 옥수동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전용 84㎡는 토허제 해제 이후 2월21일 하루에 3채가 한꺼번에 거래됐다. 이보다 하루 전 20일에는 마포구 아현동 ‘마포더클래시’ 전용 59㎡ 4가구가 새 주인을 찾았다. 18층 매수자는 17억4000만원이라는 역대 최고가에 계약서를 썼다.
■ 토허제 해제 전 8억 오른 흑석, 이제는 더 오른다
동작구 흑석뉴타운도 이번 규제 대표 수혜지로 언급되는 곳이다. 강남권역 토허제 해제 전에도 가격이 대폭 올랐는데, 앞으로 풍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흑석뉴타운은 래미안원베일리 등 서울 집값을 이끄는 반포와 인접한 데다, 정비사업이 활발해 신축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서는 곳이다. 황금노선으로 불리는 9호선 흑석역이 지난다.
토허제 해제(12일) 직전이던 올해 2월 10일,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는 28억원(13층)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20억8000만원)보다 무려 7억2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호가를 올린 사례도 있다. 이날 ‘흑석한강센트레빌2차’ 전용 59㎡ 보유자는 매도가격을 14억5000만원에서 15억원으로 5000만원 올렸다.
국내 최대 부동산 커뮤니티인 ‘부동산스터디’에는 “이번 규제 최대 수혜 지역은 흑석이네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닉네임 ‘스리브스리’를 쓰는 한 네티즌은 “반포 옆 흑석은 투자가 자유로우니 신고가에서 1~2억원 더 갱신하겠다”며 “추후 9구역과 11구역 입주, 흑석고 개교 등 기반이 완성되는 만큼, 상승 여력이 남았다”고 분석했다.
■ “강남 오피스텔·빌라는 축복”
업계에서는 강남권 오피스텔과 빌라 역시 이번 규제의 수혜 대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토허제 대상으로 강남3구와 용산구 소재 전체 아파트라고 명시했다. 약 2200개 단지, 40만 가구가 해당한다.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고급 빌라 등은 아파트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규제 대상이 아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닉네임 ‘칸트장군’을 쓰는 한 네티즌은 “이번 규제는 오피스텔과 빌라에게는 축복이다”라고 했다. 다른 네티즌도 “강남권에서 저평가된 빌라와 오피스텔을 알아봐야 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국토교통부와 전문가들 역시 이러한 풍선효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토허제 지정을 발표하면서 "이번 규제의 풍선효과로 강남3구 인접 지역에서 가격변동성이 생기면 추가로 지정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상 규제로 인해 인접 지역이 수요를 흡수하는 상황을 예견하고 있다는 말이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