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람만 사는 시대 끝! 로봇과 함께 사는 아파트가 온다| 유상근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재건축 추진단장

[땅집고] 유상근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재건축 추진단(올재단) 단장

[땅집고] 로봇 친화적인 아파트, 미래 주거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2025년은 로봇의 해가 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삼성의 레인보우로보틱스, 테슬라의 옵티머스까지, 인공지능(AI)의 발전과 함께 로봇의 활용 분야는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이제 로봇은 단순한 공장 자동화를 넘어 도시 공간 전반으로 스며들고 있다.

로봇과 사람이 함께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실례로, 2022년 6월 완공된 네이버 제2 사옥 ‘1784’는 산업혁명이 일어난 해를 따온 만큼, 디지털트윈, AI, 5G,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모든 기술이 집약돼 사람과 로봇의 공존을 실현하고 있다. 루키(Rookie)라는 이름의 로봇 100여 대가 사옥 전 층을 오가며 직원들에게 택배, 카페, 도시락 배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제 이러한 흐름은 상업용 빌딩에서만 그치지 않고, 주거 공간에도 자연스럽게 적용될 것이다. 다시 말해, ‘로봇 친화적인 아파트’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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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흐름을 주목해야 한다. 아파트에도 로봇이 온다. 최근 서울 잠실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로봇을 활용한 보안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건축한 지 20년이 넘은 아파트들이 무인 경비 로봇을 도입, 입주민의 안전을 강화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차세대 주거 환경으로 로봇 친화적인 아파트를 내세우며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에서도 시공권을 두고 경쟁하는 건설사들이 ‘로봇과 함께하는 주거 환경’을 주요 콘셉트로 내세웠다. 이제 아파트에서 로봇의 역할은 점점 확대될 것이다. 단순한 경비 시스템을 넘어 가사 지원, 물품 배달, 건강 관리까지 로봇이 담당하는 영역이 늘어날 것이다. 이에 따라 건축 설계부터 로봇과의 조화를 고려해야 한다.

로봇 친화적인 아파트란 단순히 로봇을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로봇이 자연스럽게 주거 공간에 녹아들 수 있어야 한다. 즉, 로봇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충전과 대기 공간을 마련하며, 입주민과 로봇 간의 원활한 상호작용이 가능해야 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러한 개념이 현실화하고 있다. 일본과 싱가포르는 로봇이 가사 노동을 돕는 스마트 아파트 모델을 개발 중이며,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로봇 기반 헬스케어 시스템을 도입한 주거 단지들이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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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싱가포르의 한 주거 단지에서는 로봇이 음식 배달뿐만 아니라 노인 돌봄 역할을 수행한다. 실시간 건강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의료진과 연락을 취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한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입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로봇 친화적인 아파트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면 주거 문화 자체가 변화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조식을 제공하는 아파트가 인기였다면, 앞으로는 로봇이 직접 가정으로 조식을 배달하는 형태가 각광받을 것이다. 입주민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원하는 아침 메뉴를 선택하고, 로봇은 정해진 시간에 문 앞까지 조식을 배달하는 방식이다.

더 나아가 맞춤형 건강 관리 서비스와 연계해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춘 식단을 제공하는 시스템도 가능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당뇨가 있는 입주민에게는 저탄수화물 식단을, 어린이에게는 영양소 균형이 맞춘 식단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아파트는 앞으로 전자산업과 융합한다. 과거에는 아파트를 단순한 건축물로만 인식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자율주행차가 보급되면서 자동차가 전자산업의 일부로 인식된 것처럼, 아파트도 점점 더 전자산업과 융합할 것이다. 스마트홈 기술, IoT(사물인터넷), 로봇 기술을 결합한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하나의 디지털 플랫폼이 될 것이다.

건설사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생활 방식을 설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재건축을 이끌고 있는 필자도 앞으로의 재건축 과정에서 로봇 친화적 설계 요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로 현재 건축법에는 로봇을 고려한 설계 기준이 반영돼 있지 않다. 로봇 친화적인 건축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둘째로 현재 분양가 상한제의 건축 가산비 항목에는 로봇 관련 비용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로봇 친화적 아파트 도입을 위해 건설사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건설사, 로봇 개발사, 정책 입안자들이 한마음을 이루어, 로봇 친화적 주거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다. 로봇과 함께하는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을 반갑게 맞이할 때이다. 이제 아파트는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다. 로봇이 조식을 배달하고, 가사 노동을 줄이며, 건강과 보안을 책임지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로봇 친화적인 아파트를 얼마나 빨리 도입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주거 환경이 달라질 것이다. 준비하는 자만이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다. /글= 유상근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재건축 추진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