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마포구 대흥동이 ‘미니 대치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강남 대치동의 유명 학원들이 대흥동 일대에 잇따라 분점을 내며 학원가가 형성됐다. 염리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한 초등 학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교육 수요가 늘었고, 그 여파는 부동산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염리초등학교는 사립 못지 않은 공교육 운영으로 ‘마포의 반포초’로 불린다. 최근 마포 염리·대흥 일대에 재개발을 마친 신축 단지가 속속 입주하면서 젊은 중산층 맞벌이 부부들이 대거 유입됐다. 이들은 자녀 교육을 고려해 염리초를 선호하고 있어 시장에서는 “마포구 아파트 시세는 염리초 배정 가능성을 기준으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교육 수요가 몰리면서 대흥동을 중심으로 염리·신수동까지 사교육 업체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수학 선행 및 심화 교육을 하는 ‘생각하는 황소’와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한 ‘페르마수학’, 고등부 단과 입시학원인 이강학원, 대치명인학원 등이 자리를 잡았다. 최근에는 유명 영어유치원 브랜드인 라이즈, SLP, 알티오라도 문을 열었다.이 곳들의 월 학비는 최소 110만원에서 최고 150만원대다.
실제로 마포구 일대의 학원 수는 최근 3년간 급격하게 증가했다. 2021년 252.3개에 불과했던 학원 수 2023년 281.5개까지 늘었다.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에 따르면 학생 수 1만 명당 사설 학원 수는 2022년 기준 강남구 419.2명, 서초구 278.2명, 마포구 259.2명이었다. 이듬해인 2023년 기준으로는 강남구 436.2명, 서초구 285.9명, 마포구 281.5명으로 집계되면서 서초구와의 격차를 좁혔다. 목동이 위치한 양천구가 211명인 데 비해서도 학원 수가 많다.
대흥동의 태영중앙공인중개사무소 강석봉 대표는 “2022년부터 유명 브랜드 학원들이 본격 대흥동에 유입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최소 80개가 넘는 학원이 자리를 잡았다”면서 “대흥동 임대료가 대치동 대비 저렴하고 교육열이 높은 젊은 세대 학부모가 많아 학원가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에 부동산 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염리초 학군과 학원가 접근성을 앞에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대흥동 ‘마포그랑자이’ 등이 대표적이다.
대흥동, 염리동 일대 신축 아파트들은 ‘교육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상대적으로 높은 매매가를 형성했다. 대표적으로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대흥동 ‘마포그랑자이’ 등은 학군과 교육 환경을 내세워 실수요자들을 끌어모았다.
실제 이 단지 매매가는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면적 84㎡는 올해 3월 23억8000만원에 거래됐고 ‘마포그랑자이’ 같은 면적은 22억원에 거래되면서 각각 신고가를 경신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대흥동 학원가 규모가 확산하고 있지만 대치동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대치동은 고등학생과 특목고 대비에 특화된 입시 중심지인 반면, 대흥동은 초·중등 사고력과 기초학습 위주의 학원 중심지에 가깝다.
대치동이나 목동처럼 대형 학원 건물이 모여 학원가를 형성한 구조는 아니라는 점도 한계로 거론된다. 이 일대는 소규모 상가와 꼬마 빌딩 위주여서 학원가가 넓게 분산돼있다. 최근에는 지하철 6호선 대흥역 인근 소형 상가를 허물고 신축 학원 건물을 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강 대표는 “대흥동에서 초·중등 까지 교육한뒤, 고교에 진학하면서는 대치동으로 옮겨가는 학부모가 여전히 많다”며 “그러나 마포 교육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용산구 토지거래허가제 지정 반사효과로 마포로 수요가 쏠리며 장기적으로는 교육 중심지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mjbae@chosun.com